공수처, 피의자 이성윤 ‘황제 조사’ 파문 확산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3-18 14: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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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도 없고 면내용도 없이 수사보고서만 간략히 작성
김종민 “실무에선 없는 일…공수처가 범죄은폐처 우려”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이첩받은 후 피의자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황제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파만파 로 번지는 양상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인권 친화적 수사”라고 해명했으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나쁜 선례를 넘어 공수처장이 기존 수사 관례를 깬 ‘초법적 방식’으로 공수처를 ‘고위공직자범죄은폐처’로 전락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지검장 측은 “공수처가 이 지검장을 오라고 요구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불법 출금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공익신고인은 18일 “면담의 적절성, 공정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익신고인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공수처장은 정식 근무일도 아닌 일요일(7일)에 정권실세로 불리는 이성윤 지검장을 직접 면담하기 전에 공익신고인 등 수사 협조자들을 상대로 한 사실관계 확인과 조사·면담을 선행했어야 한다”며 공수처를 비판했다. 이어 “형사소송법 244조는 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지검장을 면담·조사하는 경우 진술조서나 피의자신문조서를 반드시 작성했어야 했는데도 조사내용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며 “공수처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있는 상황이므로 향후 공수처 수사에 협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 7일 이 지검장을 공수처 청사로 불러 면담했음에도 조서를 남기지도 않고, 면담내용조차 기입하지 않은 채 참석자와 면담시간 등을 간략히 적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했다.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15일 공수처로부터 해당 기록을 넘겨받은 후 통상의 수사 기록과는 확연히 다른 점을 확인하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와 법무부 장관 등에게 해당 내용을 정보 보고 형태로 상세히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종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의자를 조사하면 당연히 신문(추궁)을 전제로 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는 건 수사의 기본”이라며 “앞서 공수처장이 조서가 아닌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했는데, 수사보고는 수사관이 검사에게 필요한 사항을 조사해 보고할 때 하는 것으로, 공수처장은 과연 누구에게 보고하려고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인가, 청와대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의자를 상대로 이러한 방식의 수사보고서 작성은 실무에선 없는 일”이라며 “피의자에게 수사지시를 받았다고 오해를 살만한 일을 했고 이번 일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범죄은폐처라는 우려를 더 키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지검장은 공수처장 면담에 대해 전날 “공수처에 면담 신청한 것은 변호인이 한 것이고, 이 지검장 본인이 한 것은 아니다”라며 “면담 신청을 했더니 공수처에서 ‘그럼 당사자하고 같이 나와서 하자’고 요구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검찰 관계자는 “김 처장이 밝힌 것처럼 변호인 의견서를 듣는 정도에 불과한 면담이었다면 굳이 피의자를 부르겠다는 공수처의 행태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지검장에게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지난 16일 통보했다. 4번째 출석 요구로, 앞서 3차례에 걸친 출석 통보에 이 지검장은 “공수처 관할 사건” 등의 이유를 대며 모두 불응해 왔다.


수원지검 사건과 별도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조사 과정에 대한 위법 여부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는 피의자 중 현직 검사인 이규원 검사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로 전날 이첩했다. 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 검사는 이른바 ‘윤중천 면담보고서’와 ‘박관천 면담보고서’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특정 언론에 유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검사와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 간 통화 기록을 발견하고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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