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 장사시설, 이제는 감정이 아니라 합리로 결정하자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8-24 10:27:4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김정겸 전 한국외대 철학과 겸임교수



행정학에서 의사결정 모형 중 합리적 의사결정 모형(Rational Decision-Making Model)은 공공정책을 설계하거나 행정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이상적인 절차로 꼽힌다. 이 모형은 먼저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고, 가능한 모든 대안을 탐색한 뒤, 각 대안의 비용과 편익을 비교·분석하여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네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첫째, 목표의 명확성이 필요하다. 둘째, 대안의 전면적 탐색을 통해 선택지를 최대한 확보한다. 셋째, 비용과 편익을 객관적으로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넷째, 최적의 대안을 선택해 실행한다. 이는 곧 감정이나 즉흥적 인기,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냉철한 분석과 이성적 판단에 따라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연천군 장사시설 건립 문제는 지금이야말로 합리적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장사시설 설치는 이미 수십 년간 군민들이 바라고 기다려 온 숙원사업이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열린 제12차 장사시설 건립추진 자문위원회에서 단독형 종합장사시설 추진이 의결되었음에도, “단독형이냐, 광역형이냐”를 두고 오랜 기간 정체되었던 과정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행정 절차의 지연이 아니라, 명확한 의사결정 기준이 부재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단독형이든 광역형이든 그 자체가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본질은 연천군민이 실질적으로 편익을 얻을 수 있느냐이다. 현재 연천군의 재정자립도는 약 15% 수준에 불과하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군이 직접 부담하는 직영 방식은 군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적자를 매년 세금으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과적으로 군민 전체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된다.

따라서 합리적 모형에 입각한다면, 군 직영만을 유일한 선택지로 둘 것이 아니라 민간투자 방식, 공공-민간 혼합 모델 등 가능한 모든 대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민간투자 방식을 활용하면 초기 재정부담을 줄이고, 운영 전문성을 확보하며, 장기적 적자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반대로 직영은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정위험이 크고 행정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광역형 모델은 인근 시·군과의 협력을 통해 비용을 분담할 수 있으나, 합의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장단점 비교가 ‘합리적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군민들이 수십 년 동안 기다려온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러나 서두른다고 해서 잘못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직 합리적 판단이다. 단독형, 광역형, 민자투자형 등 대안을 모두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중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고 군민에게 실질적 이익을 주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연천군 행정에 바란다. 장사시설 문제는 더 이상 정치적 계산이나 단기적 인기 영합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어떤 방식이 우리 군의 재정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군민 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바로 그 질문에 근거한 답을 찾는 과정이 합리적 의사결정이며, 그 과정이야말로 군민이 군 행정을 신뢰할 수 있는 길이다.

연천군민의 오랜 숙원사업인 장사시설 설치, 이제는 감정이 아니라 합리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이것이 군민을 위한 길이며, 연천군 행정이 책임 있게 나아가야 할 길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