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불출마 선언에 ‘한덕수 차출론’ 탄력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4-13 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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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주자들 吳에겐 ‘러브콜’...韓에겐 ‘견제구’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조기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경선 참여를 예고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덕수 차출론’이 급부상 하는 등 여권의 대선 구도에 급격한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한 오 시장의 선택이 보수 진영은 물론 향후 대선판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지 여부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정치권 관계자는 13일 “오 시장의 불출마로 국민의힘이 겪고 있는 리더십 공백과 계파 갈등, 탄핵 이후 보수진영의 방향성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대권 주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지만 ‘한덕수 카드’가 현실화돼야 하는 당위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세훈 시장은 전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의 혼란 속에서 중진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보수진영 전체의 ‘책임정치’를 주문했다.


특히 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깊은 고뇌의 순간이 있었고,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너도나도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 과연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저서 출간 등 대선 출마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던 오 시장의 사전 예고했던 출마선언 일정을 하루 앞두고 돌연 하차를 결정한 데 대해 ‘전략적 후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최근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책임 공방 속에서 ‘친윤-비윤’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으면서 지지층 결집에 실패한 데 대한 부담이 컸을 거라는 것이다.


실제 당 안에선 50여명의 의원들이 한덕수 대행의 대선 출마를 요구하는 성명 발표를 준비 중이었다.


일단 당내 경쟁자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오 시장을 극찬하면서 ‘약자와의 동행’ 등 정책에 대한 계승 의지를 드러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 시장님의 고뇌 끝에 내린 대선 불출마 선언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기치로 내건 오 시장의 소명 의식에 적극 동의하며, 이재명(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권을 막는 정권 재창출의 대장정에 오 시장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오 시장님과는 서울의 오늘, 그리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많은 고민과 비전을 나눠왔다"며 "비록 시장님은 잠시 멈추셨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 정상적인 나라를 향한 우리의 동행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오 시장의 결단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당이 지금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희생이자 깊은 울림"이라며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가치는 당의 재건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는 서울시민의 우려에 대한 답이고, 우리 당에 대한 충정이라고 본다"며 "오 시장이 말씀하신 '다시 성장이다'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화두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향후 국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도 "우리 당과 미래를 생각하며, 또 서울시장으로서 시민에 대한 책무를 우선시하신 것을 존중한다"며 "오 시장께서 대선 핵심 어젠다로 당부하신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은 제가 출마 선언에서 말씀드린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 그리고 당 대표 시절부터 일관해온 '격차해소'와 같다"면서 "오 시장님 몫까지 더 열심히 뛰어 그 소중한 가치들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오 시장님의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을 저의 비전인 '국가 대개조를 통한 초일류대한민국 건설'에 반영해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수도권 시장으로서 오 시장과 늘 정책을 공유했다"며 "'다시 성장'이나 '약자와의 동행'은 일하는 대통령을 표방하는 저의 포용적 성장과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 정책목표와 궤를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은 한덕수 대행을 향해선 견제구를 날렸다.


김 전 장관은 “한 권한대행은 정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고, 정치의 꿈을 꾼다는 것은 제가 한 번도, 잠꼬대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한 권한대행이 그만두면 그 다음은 또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냐. 한 권한대행이 출마를 위해서 그만두면 상당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나경원 의원도 “(한 권한대행이)지금 해야 될 중차대한 일이 많아서, 굉장히 고민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출마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출마하게 된다면 또 다른 애국적 결단이라고는 생각은 하는데, 지금 중요한 관세 전쟁을 마무리해야 하는 걱정이 있다”고 출마를 만류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완규 법제처장 등 헌법재판관 지명 논란 앞에서도 ‘한덕수 탄핵론’에 거리를 두는 이유와 관련해 한 권한대행을 섣불리 탄핵해 대선 출마 명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줘선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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