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진압은 자치단체장의 법적 책임이 아니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4-05 15: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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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환 변호사



산불 진압은 자치단체장의 법적 책임이 아니다

한국인을 미망에 빠뜨리는 3대 착각이 있다. 쪼다를 선출해놓고 그에게 현인(賢人)이나 성자(聖者)의 정치를 기대하는 것, 자유민주주의 헌법 하에서 공산주의를 꿈꾸는 것, 동서화합도 못하면서 남북통일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이다.

지금 전국에 걸쳐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전국적으로 30여 곳이나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때문에 진압에 애를 먹던 산림과 소방, 그리고 지자체 당국이 우선 한숨을 돌렸을 것이다. 특히 산불이 많이 발생한 강원도와 충북 지방의 도지사들이 구설수에 올라 있다. 산림, 소방, 지자체 공무원들이 산불 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와중에 강원지사는 휴가를 내고 골프를 쳤고, 충북지사는 음주를 했다는 것이다. 교통 통신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골프 운동 중 혹은 음주 자리라 하더라도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휴대폰 기타 과학적 통신방법으로 얼마든지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과연 무엇을 기대하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거나 혹은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했다고 비난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국민들은 골프 혹은 음주 자체를 비난하는 반대당 정치인들과 언론을 향하여 반문해 봐야 한다.

이미 시민혁명에 의하여 사라져버린 봉건독재체제 하에서라면 군주는 그가 하늘의 명을 받아 통치하고 있다는 믿음 하에 다스리는 것이므로 만약 한발, 홍수 등 풍수재해나 지진 기타 자연재해가 일어날 경우 이는 하늘이 그에게 내리는 처벌이거나 경고이므로 모든 정사를 폐하고 오직 하늘을 향하여 빌어야 할 것이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 되는 것인데, 골프운동이나 음주 행위 자체는 책임이나 의무의 영역과는 무관해 보이고 그렇다면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물론 시민들이 판단하건대 부적절한 행동이라 판단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그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적 혹은 도의적 책임은 법적 책임의 영역과는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쪼다를 뽑아 놓고 성자의 역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쪼다는 조대(措大)라는 한자말에서 유래한 우리의 속어로서 “원리 원칙에만 충실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공동체 기타 대국(大局)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하므로 우리 정치인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그들은 언제나 법적 책임만 지려고 하지 도덕적, 정치적 기타 포괄적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핵심원칙인 자기책임의 원칙도 딱 법적 책임에 그친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이러한 원칙에 충실해 있다. 다만 그들의 허위의식이 가증스러울 뿐이다. 즉 자신들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의하여 법적 책임만 지면서 반대파 정치인들에게는 항상 도덕적 책임을 뛰어넘는 포괄적 책임을 덮어 씌우고 언론도 이에 동조하고 시민들도 덩달아 휩쓸려 동참하여 몰매를 때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중우정치(衆愚政治) 즉 내로남불 정치라고 부를만 하다. 내로남불 정치를 종식시키려면 시민들이 헌법정신을 숙지하고 정치인들의 허위의식과 언론의 현혹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시민들은 이미 동서분열과 좌우이념의 복합갈등에 길들여진 진영 논리에 함몰되어 내로남불식 정치가 더욱 심화되고 정치적 심판은 커녕 법적 책임까지도 면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지역 출신, 자신의 진영의 인사라면 쪼다 보다 더한 바보라고 하더라도 표를 몰아 줘버리는 것이다. 결국 시민들이 쪼다 정치인들로 하여금 쪼다정치를 계속하도록 방임 조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산불진압에 대하여 지자체장들은 법적 책임이 없다. 그렇기에 앞으로 우리 시민들은 쪼다 정치인들을 향하여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포기하는 것이 맞다. 아니면 지금 그들에게 퍼붓는 화살은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실제로도 다음 선거에서 낙선시켜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침몰한 세월호의 선박 및 승객 구조에 박근혜 대통령은 법적 책임이 있을 수 없으며, 당시에 이미 검찰, 법원, 감사원, 해난안전심판원이 모두 같은 결론을 냈다. 그래서 현장지휘책임자인 해경경비정장 1명만 처벌받았다. 2016년 말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하면서 세월호 승객구조에 관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소추했지만 헌법재판소는 그 책임을 부인했다. 김이수, 이진성 등 두 명의 좌파 재판관이 법적 책임이 있다는 소수의견을 냈지만 극히 비법리적인 궤변일 뿐이었다.

현장의 진압과 구조의 법적 책임은 현장에서 그친다. 그 책임을 현장 밖에까지 연장하게 되면 보고와 지휘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지연 때문에 진압과 구조가 더욱 늦어질 뿐이다. 현장 밖에 있는 사람은 현장의 상황을 알 수 없으므로 그로 하여금 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강요하는 것으로 헌법의 자기책임의 법리에 배치된다. 일부 혹세무민의 무고꾼들은 청와대 내 상황실에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지시할 수 있는 콘트롤 타워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번째 지시가 세월호 재조사였고 그 지시에 따라 윤석열 검찰이 현장 밖의 목포해경서장, 서해지방해경청장, 해경청장을 무더기 기소했지만 전원 무죄가 선고되었다. 문재인은 폐지되었던 해양경찰청을 복원하면서 현장의 책임만을 강조한 바 있고, 그의 재직 중 발생한 무수한 재난 사건 사고에 대하여서도 현장책임원칙을 들어 대통령이나 기타 지자체의 법적 책임을 부인하였다. 같은 법리에서 용산구청장에 대한 법적 책임에 대한 법원 판결의 귀추가 주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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