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쓸쓸하게 벽에 걸려 있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양띠 해가 밝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해마다 그랬듯이 이맘때면 가난한 이웃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인지 연말이 되도 불우 이웃들은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다.
특히 영세민이나 노숙자들은 연말이 되면 마음은 한 겨울 날씨 만큼이나 춥다고 한다.
최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국가에서 최저생계비를 지급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외에도 빈곤층이 1000만이 살고 있는 서울에만 4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 민족은 씻을 수 없는 민족상잔(民族相殘)의 6·25동란 이후 최대의 위기로 일컬어졌던 지난 98년 당시 IMF를 겪었다.
이로 인한 여파인지 우리는 아직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 앞가림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웃을 생각할 여유가 그다지 많지 않아 씁쓸함을 더한다.
하지만 이 같은 힘든 현실 속에서도 이웃을 돕기 위한 정성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진다.
한 과일 노점상 주인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수십 상자의 과일을 내놓기도 했다.
또 암으로 고생하던 한 여인은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전 재산인 아파트 한 채를 중증장애인을 돕는데 기부하기도 했다.
얼마 전 울산 현대중공업 물류부 직원 40여명은 연말 송년회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연초부터 모아온 130여만원을 불우 어린이 양육시설인 울산양육원에 전달하기도 했다.
노숙자나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모금을 벌이고 있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또한 아직 모금활동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보다 3억원이상 더 걷힐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업체들은 구세군의 자선냄비를 온라인 속으로 끌어들여 자선모금활동을 벌이는가하면 한때 크리스마스를 대표했지만 지금은 잊혀져가고 있는 크리스마스실을 인터넷 속에서 활성화시키면서 어려운이웃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처럼 자선냄비나 각종 단체에서 벌이고 불우 이웃돕기 운동에 모이는 온정은 결코 돈을 물쓰듯하는 재벌이 아닌 보통사람들의 호주머니 속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사라진 줄 알았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난국(難局)을 극복해 왔던 우리 사회의 미덕이 아직도 살아 있어 올 연말도 모두가 따뜻한 연말로 기억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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