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유의 파격적 통치스타일이 의기소침해 있던 대구 시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국내 보수단체들이 북한 인공기와 김정일 위원장 초상화를 불태운 행위에 대해 ‘적절하지 않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의 이같은 전격적 조치는 자칫 반쪽대회를 치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있던 대구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기폭제가 됐다. 이 때문에 모처럼 대구지역에서 노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 북측 달래기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니버시야드 조직위는 물론 대구 시민들도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아주 적절한 조처”라며 “대통령이 U대회의 성공과 남북화합을 위해 결단을 내려준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작 사건(?)의 중심에 놓여있던 우익단체나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유감표명 발언에 대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노대통령의 유감 표명 이후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책임은 동맹국의 국기가 백주에 불타고 불법 폭력 시위대가 미군 장갑차를 점령하는 등의 극심한 이념 갈등을 묵인, 방치한 노무현 정부에게 있다”며 “대통령이 북한의 사과 요구에 쫓기듯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를 지시한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우익단체 역시 “인공기를 태우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언론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애국애족 행위일 뿐”이라는 등의 입장을 보여 동문서답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8.15 경축 기념식 대신 인공기를 불태우는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구설수에 올랐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북한의 ‘불참’을 책임지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었다. 그것도 다름 아닌 ‘대구’에서 말이다.
대통령인들 북한에 ‘유감스럽다’고 말하기가 쉬웠겠는가.
현재의 남북관계가 어디 당리당략이나 특정 집단에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될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거국적인 차원에서 큰 틀에 놓고 다뤄져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나선 것이다.
오늘 날 그나마 이산가족이 한자리에서 서로를 부등켜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의 남북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도 오랜 기간 동안 우리정부가 북한을 향해 들인 공(功) 덕분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6자 회담을 앞에 두고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남북 관계 경색에 민감해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가.
지금 북한을 주적으로 놓고 공격하자는 건 극단적인 단순함에서 나오는 ‘치기’ 정도로 폄하돼야 마땅하다. 명분도 없는 딴지걸기로 괜한 자충수나 자초하지 말고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온전하게 치를 궁리나 하는 게 백 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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