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재정경제부와 청와대,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해 재산세, 종토세와 별도로 부유세 성격의 국세를 부과키로 했다. 신설된 국세는 시가와 면적을 합산해 누진과세하고 부과대상은 부동산 과다 보유자 5만~10만명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내년 총선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부유세 신설이 반대론자들의 생각처럼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일까.
부유세는 특정한 개인이 보유하는 재산이나 재산권 등 부(富)의 가치를 표준으로 하여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일찍이 독일·북유럽 등에서는 부의 편재(偏在)를 시정하고 투기적 보유를 억제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부유세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부작용이 지적되지 않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좀 더 공정한 과세를 위해 개인의 소득뿐 아니라 개인의 재산도 과세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부유세 논리에 저항하는 것은 순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유세는 돈이 많아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면서도 재산가로 행세할 수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창구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네 전통사회에도 제도화되지는 않았지만 관습적인 부유세가 존재했었다.
부자들 사이에서는 수입의 10분의 3을 부유세로 베풀지 않으면 내세에 형옥이 기다린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부잣집에서는 자손에게 아흔아홉 가지의 베푸는 방식을 전수시켜 그 중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공덕을 베풀도록 하는 것이 관례였다.
강제조항으로 묶어 의무를 지우지 않아도 스스로 부유세를 납부하면서 나누는 삶을 실행했던 셈이다.
과거처럼 자발적으로 사회적 환원에 대한 책무가 인식돼 있다면 ‘부유세’를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의 우리사회는 부의 편재로 인한 사회적 문제점이 극에 달한 실정이다. 한쪽에선 카드빚에 쪼들리다 강도가 되거나 자살을 하는데 다른 한 쪽에선 뚜렷한 노력 없이도 세습된 부의 혜택으로 황제가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모순된 모습들이 한 지역에서 공존하고 있는 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대선때 민주노동당에서는 시가 30억 이상 재산가에 대해 부유세를 부과하는 법을 국민투표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비록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겠지만 모처럼 의지를 갖고 칼을 뺀 정부는 부유세가 제대로 된 법적 지위를 갖게 될 때까지 소신껏 밀고 나가길 바란다. 정 안되면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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