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리고 ‘아웅’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24 17: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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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내달 1일로 예정된 사고지구당 조직책 선정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경선 판이 부정선거 논란으로 어수선하다.

경선 지역 중 하나인 서울 금천구에서 경선에 나선 한 후보가 상대후보를 당 공천심사위원회에 고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상대후보가 지구당 당직자들을 돈으로 매수했으며 현직 구청장을 동원, 관권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 고발내용의 요지다. 실제로 고발자 측은 상대 후보가 지구당 협의회장과 여성위원장에게 각각 50만원, 여성위원들에게는 20만원씩을 전달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고발사건에 대해 양 후보들의 주장이 제각각이어서 어느 누구의 말이 더 옳다고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상대를 향해 엇갈리기 시작한 양 후보간 감정 싸움은 당을 위해서나 지역 유권자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경선을 위해 주어진 선거운동 기간은 단 며칠인데도 본 선거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깊은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그동안 당내 경선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비방으로 인해 훗날 본선에서 승리해 본좌에 오른 승자가 발목을 잡히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한 책임의 소재는 명백히 중앙당에 있다.

획기적인 조치를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그 운영방법의 미숙함으로 인해 이 같은 사태는 충분히 예견될 만하다.

당초 정당사상 처음으로 국민참여를 통해 지구당 조직책을 선정한다는 한나라당의 이 정치실험은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비춰졌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번 경선과정이 당초 의도한 대로 선명성만 확보됐다면 한나라당 측에서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당은 일반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업무 자체를 해당 후보들에게 떠맡김으로써 각 후보간 ‘분란’을 조장하는 운영상 미스를 저질렀다.

최소한 각 지역별 선거인단 모집만큼은 중앙당 차원에서 처리했어야 한다.

실제로 각 후보가 경선에 참여해 지지해주겠다는 사람을 만나 신청서 1장을 받아내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밥이라도 사면서 집요하게 설득해야 겨우 신청서를 받을 수 있었다”는 한 후보의 고백처럼 상향식 공천의 의미가 담긴 국민경선 자체가 돈선거를 부축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입당원서 1장당 5만원이라는 얘기와 관련 ‘무전탈락 유전당선’이라는 자조어린 신조어가 돌기도 했다.

당초의 화려한 캐치프레이즈와는 달리 한나라당의 국민경선을 통한 조직책 선정 계획은 본말이 전도된 가운데 상처투성이 결과물로 남게 될지 모르겠다.

설마 이 모든 것을 예상하면서도 짐짓 눈가리고 아웅하는 꼼수로 밀어붙이려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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