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 번째는 민주당과의 공조다. 양당 지지계층은 물론 그 누구도 양당의 ‘허니문’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업적은 한나라당 이재오 비대위원장 표현을 그대로 빌려오자면 ‘헌정사상 유례없이 재적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 특검법을 통과시킨 일이다.
그래서 지금 한나라당은 들떠있는 듯하다. 그동안 SK비자금 100억원 수수 사실이 밝혀진 이후 줄곧 수세에 몰려있었는데 이번 ‘특검작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한나라당은 정국주도권 등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최병렬 대표는 “특검 당시 찬성표가 재적의원 3분의2(182명)보다 2명이 많았고 민주당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찬성 쪽인데 뭐가 걱정이냐”며 특검에 자신감을 보였다.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정치는 기다림의 미학이 전제된 인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왜 기다려야 하겠는가. 그것은 바로 ‘명분’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나라당 모습은 ‘뿌리 없는 나무를 바라보는 불안감’을 연상시킨다. 11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를 통해 나온 발언만 해도 그렇다.
어떻게 그토록 현실인식이 결여된 발언들뿐인지, 명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검찰 반발에 대한 대응논리도 ‘머리수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발상 뿐이다.
검찰에서 “특검법은 권력 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나며 국회가 과도한 입법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특검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그동안 검찰과 입법부간의 관행을 떠올린다면 정치권으로서는 정말 용납(?)하기 힘든 무례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지금 한국 검찰은 아무리 수사를 잘한다해도 과거의 부끄러운 오명 때문에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다. 한 술 더 떠 법무장관 탄핵운운하는 으름장까지 덧붙인다.
지난 번 김두관 행자부장관을 해임했던 솜씨를 다시 한 번 발휘해보겠다는 건가 뭔가.
듣는 귀를 괴롭게 하는 발언은 또 있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청문회를 통한 총장이기 때문에 일부 검사들이 그런 일을 한다 하더라도 끝까지 가리라고 보지 않지만 지금 검찰은 국가혼란의 양대축이 노대통령과 검찰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판단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래서 엉뚱한 말만 자꾸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지난 대선 때 다된 밥에 코 빠뜨렸던 쓴 기억을 벌써 다 잊었단 말인가.
지금 검찰의 기를 세우고 있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왜 한나라당만 모르고 있는지 정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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