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의원의 ‘아름다운 용단’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2-15 19: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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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오는 4월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성몫 상임위원을 누가 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유력 후보로 꼽히던 이미경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공식 표명하고 나섰다.

여성의원 수가 늘어나는 등 당내 ‘여성 파워’가 확대된 데다, 당헌상 여성 가운데 적어도 한 사람은 상임중앙위원이 될 수 있도록 돼 있는 배경을 들여다보면 이 의원의 ‘용단’이 신선하다.

물론 이것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근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일반적으로 지도부 경선 불출마가 그다지 큰 뉴스거리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의원의 행보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녀의 보기 드문 ‘용퇴 결정’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역사를 통해 우리는 많은 인물들이 용퇴 시점의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실기하는 안타까운 모습과 마주쳐야 했다.

가까이에는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 생각일지 모르지만 당시 조 전대표가 용퇴 결정을 조금만 더 빠르게 내릴 수 있었다면 민주당의 현실은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과욕이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당시 조 전 대표는 과욕으로 개인적 손실은 물론 당의 운명에도 걸림돌이 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좀더 멀리 가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도 과욕이 문제였다. 유신으로 총통을 꿈꾸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욕은 또 그 결말이 어떠 했는가.

이들의 모습에 비해 이 의원의 결단은 얼마나 신선한가.

현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3선 중진급인 이 의원은 개인적 정치역량을 볼 때에도 결코 여타의 다른 여성출마예정자들과 비교할 때 손색이 없다.

이 의원은 지난 15대 국회에서 당시 초선의원의 신분으로 자신의 소신이 당론과 배치되자 당당히 홀로 반기를 들고 나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1월 당시 이부영 당 의장의 사퇴로 의장직 승계 1순위로 지목된 바 있으나, 그 때 역시 조금의 머뭇거림 없이 당의장을 승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런 소신이 동료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지난해 1월 전당대회는 당당히 4위로 상임중앙위원에 당선되는 저력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주변에서는 일찍이 그녀의 당지도부 입성을 낙관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날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됐으니 얼마나 신선한가.

그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성후보의 단일화를 통해, 이번에는 당의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힘을 결집해야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오랫동안 같이 여성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해온 동지이며, 존경하는 선배인 한명숙 의원으로 단일화하는데 솔선수범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하고 말했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만연한 정치인의 세계에서 ‘내가 아니라 네가 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이 같은 모습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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