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당원, 평가에 참여해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5-05 21:14:5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우원식 국회의원 {ILINK:1} 참패했습니다. 더 이상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참패입니다. 낮은 투표율을 탓할 수도 없을 정도의 참패고, 재·보궐 선거에서는 항상 졌지만 대선에서는 이겼다는 자기변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참패입니다. 6개 지역 국회의원 선거를 포함하여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선거 등 총 23개 선거구에서 모두 졌다면 최소한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우리 열린우리당이 국민에게 철저히 외면 받고 있는 상태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선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분석이 후보 등록 파동이나 선거 전술의 문제, 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의 실패 등 기능적이고 지엽적인 문제에 머문다면 이번 재·보궐 선거 패배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을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철저하게 우리를 뒤돌아 봐야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 출발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우리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우리는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가?”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은 한마디로 ‘개혁’입니다. 개혁을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로 소수당을 감수하면서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당은 그 의지를 제대로 실현할 틈도 없이 대통령 탄핵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국민에게 호소했습니다. 우리에게 힘을 달라고.

그때 우리가 국민에게 호소한 것은 자연인 노무현의 대통령직 유지가 아니라, 개혁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것이었고, 대통령과 함께 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열린우리당에게 힘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은 우리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게 되면서 탄핵은 수구와 개혁을 가름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구와 개혁의 대치전선을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우리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라는 정치적 상대를 대상으로 어떻게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관철시킬 것인가’라는 문제의식 이전에 대화와 타협의 상대일 뿐인 한나라당에 맞춰서 우리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외연을 확대해야 할 지도부가 원내전략을 위해 개혁의 내용과 수준을 자의적으로 재단하기도 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개혁정당인가? 나 자신을 포함하여 많은 의원은 우리당이 이 질문에 답 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 240시간 연속 의총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2004년을 넘겼고 지도부는 사퇴했습니다.

‘당 지도부의 사퇴는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외면하여 개혁을 추진하려다 실패했기 때문인가,’ 한마디로 ‘지도부의 사퇴는 개혁 후퇴에 대한 책임인가, 아닌가.’ 그리고 ‘240시간 연속의총은 정당했는가? 아니면 일부의 지적처럼 과격 상업주의에 불과한 것인가.’

이 모든 것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된 평가를 못 했습니다. 평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마련한 대안은 치명적인 논리적 한계를 갖게 됩니다. 객관적 평가가 없는 대안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반영할 뿐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평가를 피하면서 대의원대회를 치뤘고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합니다. 재·보궐선거 패배는 그저 한 선거의 패배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참여정부의 정책이 철저히 국민에게 외면 받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현실을 강조한다면 더더욱 이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 현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당에서도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단을 구성하여 패인을 분석하여 대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미 다양한 평가와 대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천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개혁의 정체성 미흡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대항마 부재를 지적하면서 정부에 나가 있는 두 장관의 복귀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지적은 타당성이 있지만, 우리당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선택도 정확한 문제 진단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모든 당원이 참여할 때만이 거기서 나온 대안도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오늘 중앙위원회에서 평가단 구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열린우리당이 기간당원제를 채택하는 한, 기간당원이 평가에 참여하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기간당원이 평가과정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마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처럼 재·보선 패배의 원인과 당의 발전 전망 등 모든 것들을 평당원이 직접 참여하여 논의하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이 평가 작업은 재·보궐 선거 결과를 일차적인 대상으로 하여 원인과 대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겠지만, 열린우리당의 미래 역시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당 정체성의 문제와 같은 근본적인 것부터 정부에 파견된 당 중진의 복귀와 같은 구체적인 방안까지 모두 논의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기간당원 여러분, 그리고 당원협의회 회장 여러분. 지역별 당원협의회를 중심으로 한국정당사에 새로운 역사를 기록합시다. 그리하여 100년 정당을 지향하는 열린우리당의 힘을 만천하에 과시하면서 다가올 선거 승리를 준비합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