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북핵상황과 북미간 전면 대결의 조짐이 향후 한반도 긴장고조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지금 시기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지속하고 9.19 합의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개하기로 합의했던 후속 6자회담을 하루 빨리 개최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미중일과 한국이 합의하고 있는 것처럼 위폐문제와 6자회담은 별개의 사안으로 접근해야 하며 따라서 지금 북한이 고수하고 있는 금융제재와 6자회담을 연계하는 전략은 하루빨리 철회되어야 한다.
현안이 되어버린 금융제재 문제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서로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해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 우선 중국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만약 북한의 일정한 불법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를 북한이 사실로 인정하고 관련 책임자를 정도에 따라 문책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말 김계관 부상과 우다웨이 부부장이 심양에서 만나 논의한 언론 보도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는 은행 관할 당사자인 중국과 문제를 제기한 미국 그리고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이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엄정하고 합리적으로 해법을 찾기를 원하고 있다.
즉 국가가 아닌 개별 차원의 위폐행위를 북한이 인정하고 책임을 물으면 미국의 양해를 전제로 중국이 동결된 북한 계좌를 푸는 방식으로 창조적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제시한 사실관계에 대해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가와 북한의 시인과 책임문책 수준에 대해 미국이 과연 받아들이고 제재를 풀 것인가이다.
그러나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한다면 북한은 9.19의 추진력을 재가동하고 북미관계 개선의 동력을 다시 얻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수준에서 자신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시인하고 재발방지와 책임자 문책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6자회담의 진전과는 별개로 미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인권과 위폐 마약 등 양자 이슈에 대해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도 지금의 금융제재 문제로 인해 6자회담이 무기 연기되는 것을 막고 북한의 핵포기를 위한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북한이 시인하고 책임을 묻는 수준에서 보다 유연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핵문제 이외의 인권과 마약 등 이른바 ‘북한 문제’는 6자회담 진행과 병행해서 북한에게 묻고 따지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이 지속되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원칙적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북한문제와 북미관계 등이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여겨왔다.
한미공조와 남북관계 병행을 통해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그렇게 매달렸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9.19로 북핵해결의 총론적 방향이 합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는 핵을 넘어 또 다른 ‘북한문제’로 갈등하고 있고 이에 대해 미국은 다각적인 압박전략을 구사하면서 북한의 체제전환을 시도하는 한편 북한은 이에 맞서 대미항전의 장기화를 대비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핵해결 이외에 북미간 갈등 해소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즉 핵문제를 뛰어 넘는 보다 근본적인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되, 그것이 압박과 봉쇄에 의한 체제변화 전략이라면 우리 정부의 원칙적 입장에 따라 명확히 반대의사를 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해 결국은 미국이 동의하는 것처럼 대북정책 및 북한변화 유도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화해협력’을 통한 ‘장기공존’을 거쳐 북한의 체제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최선의 현실적 접근법임을 미국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다른 한편 북한에게는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설명하되, 미국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북이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이른바 ‘3년 버티기’ 전략을 무마시키고 미국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북한의 선행동을 이끌어내는 방법으로는 여전히 남북정상회담의 유용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북미간 대결 심화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를 완화시킬 수 있는 ‘안전판’의 의미로도 남북관계는 지속발전되어야 하고, 북한의 의미 있는 태도변화 및 선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북 영향력 확보의 차원에서도 남북관계는 보다 진전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아직 가능성의 영역에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추진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으며 북미 대결 국면을 남북주도의 ‘돌파구’ 마련으로 우회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핵상황의 교착과 북미관계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향후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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