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장은 환호와 탄식소리로 떠나갈 듯 했으나, 문 밖엔 싸늘한 바람뿐이었다. 떠나버린 민심과 그 현실은 냉혹했다. 당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보다는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소모적 논쟁’이 가져온 결과이다. 지난 3년 동안의 실망이 몇몇 인물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쇄될 수는 없었나보다.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된 지금, 이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믿어주었던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의 불꽃을 다시 살려야한다. 민심이 이반된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민심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 ‘시한부 당의장’ 선고를 받기 싫다면 말이다.
본 의원은 우리당의 재도약을 위해 새로운 당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에게 이 지면을 빌어 몇 가지 부탁의 말씀을 감히 올리고자 한다.
첫째, 당의장 선출 경선으로 인해 잠시 분열되었던 당내 분위기를 하루빨리 수습하여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복구해야 한다. 경선과정에서 보였던 감정싸움 따위는 마음속 한 켠에 묻어두는 것이 대의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또, 아쉽게 최고위원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후보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따뜻한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둘째, 어려운 시기에 당의 운명을 짊어진 정동영 당의장을 중심으로 쇠똥구리의 경단과 같이 똘똘 뭉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당의 운명이 걸린 5.31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한나라당을 이기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와의 관계조율이다. 정동영 의장은 “당이 주도하는 당·정·청 관계를 확립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그러나 독립적인 여당을 표방하여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을뿐더러 지방선거를 앞둔 현 시점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이어진다면 오히려 한나라당에게 호재가 될 뿐이다. 정부와의 협조체제 속에서 ‘이끌리는 여당’이 아닌 ‘이끄는 여당’을 창출해야 한다.
이 모두는 본 의원의 바람일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에 애증을 가진 국민들의 요구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우리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책임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힘있는 의장’이다. 한나라당에 맞설 ‘강한 리더십’의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곧바로 당의 체제를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하여 정국의 주도권을 탈환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당의 ‘위기’를 타개하고, 지방선거 승리의 돌파구를 뚫는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정동영 신임의장은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그 이상을 기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과거 열렬한 지지를 보내던 국민들의 기대와 평가는 분명 달라졌다. 국민들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도 열린우리당도 크게 다를 것이 없구나’라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게 하고 있다.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먼저,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은 우리당의 실정에 따른 반작용 효과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발목을 잡고, 처리해야 할 수많은 민생현안을 뒤로 한 채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를 버리고 장외투쟁을 하며, 대안 없는 비판만을 일삼는 그들의 실체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그와 동시에 새 당의장과 지도부, 전 당원이 하나로 뭉쳐 다시 일어서는 우리당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배수진(背水陣)’.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도망갈 출구를 만들어놓고 하는 싸움은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심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는 전원 ‘사퇴’하겠다는 임전무퇴의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지난 17대 총선을 떠올리며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것 또한 필패(必敗)로 가는 지름길이다.
“제 양 어깨 위에는 바윗돌 같은 무거운 책무감이 짓누르고 있습니다” 정동영 신임의장이 당의장 수락연설에서 첫 마디로 내뱉은 말이다. 지지율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당의장을 맡는다는 것은 ‘독이 든 성배’를 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신임의장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바윗돌을 잘개 부수어 우리 모두가 나누어 짊어진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한걸음 걸음이 빠르고 가벼워 질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만들어진 당인가. 이렇게 무너질 순 없다. 땅속에서 잠자던 동물들이 잠에서 깨고, 꽁꽁 얼었던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경칩이 가까워 온다. 이제 우리도 잠에서 깨어 꽁꽁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버리자. 그리하여 변하지 않는 개혁의 기치를 국민들의 가슴속에 상기시키고, 우리당만이 전국 정당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해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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