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어디쯤 가고 있는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3-07 20: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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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경제평론가 {ILINK:1}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참여정부의 노력이 애처롭다 못해 눈물겨울 지경이다.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 어느 것이라도 가리지 않을 것 같은 자세다.
재개발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자 개발부담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섰고, 이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연중 무제한으로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다음에는 어떤 ‘강력한’ 정책을 들고 나올지 몹시 궁금하다.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할 때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투기는 다시는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 바가 있었으나, 1년도 지나지 않아 부동산 투기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으니, 정책당국으로서는 얼마나 당혹스럽겠는가.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잡겠다’는 대통령의 말까지 거짓이 될 형편이니, 정책당국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물론 최근에는 부동산 투기가 잠시 주춤하는 것처럼 보인다. 참여정부가 강제적인 행정력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이 주효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가 완전히 잡혔다고는 말할 수 없다. 호가는 크게 오르지 않으나 매물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투기억제 정책이 그 폭발력을 점점 키우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를 것을 오르지 못하게 막고 있으면 언젠가는 폭발할 수밖에 없으며, 막상 폭발이 일어날 경우에는 어떤 대책으로도 손을 쓸 수가 없게 되고 마는 것이 인간세상이 아니던가.
이제는 제발 부동산 투기의 근원을 찾아서 처방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경제원리를 찾아서 근본대책을 세울 때도 되었다. 물론 그런 경제원리는 현 경제학에서는 가르치지 않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부동산을 선호하는 경제원리가 과연 무엇일까? 좀 더 명료하고 쉽게 말하자면, 강남의 아파트가 부동산 투기의 온상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경제원리가 과연 무엇일까? 이것만 제대로 밝히면 부동산 투기가 다시는 사회문제로 대두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 경제원리를 찾아보기로 하자. 그래서 부동산투기의 근절대책을 수립할 터전을 마련해보기로 하자.
사람들이 아파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주는 효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 같기 때문에 아파트를 선호한다. 그렇다 보니 가격상승이 가장 큰 곳인 강남이 부동산 투기의 진앙이 되곤 한다.
그러면 왜 강남 아파트의 가격상승이 가장 클까? 다른 곳보다 살기가 더 좋기 때문이다. 왜 강남이 더 살기 좋을까? 다른 지역보다 세금이 더 많이 걷히고, 그 세금을 주민들을 위해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왜 강남의 세금이 더 많이 걷힐까?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강남의 재산세가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게 많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기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이미 찾아진 셈이다. 강남의 재산세를 전국이 나눠서 쓰도록 하면 된다. 다시 말해서,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하면 부동산 투기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발생할 지방세수의 부족은 부가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면 해결된다. 그런데 관료들은 왜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하는 일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주요 정책결정권자들이 대부분 살기 좋은 동네에서 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이 하나 있다. 재산축적의 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재산세를 올리는 일이 그것이다. 그 대신에 소득세를 대폭 절감해주면 조세저항을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
재산세를 올리면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고 부동산 투기의 욕망은 줄어들 것이다. 만약 부동산 투기로 벌어들일 소득보다, 세금으로 물어야 할 돈을 더 크게 한다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로소득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서민들의 주택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임대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임대료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임대로 전환하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홍콩의 밀집도는 서울보다 훨씬 높다. 그렇지만 부동산 투기가 사회문제로 대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주택이 대부분 금융기관의 소유이고 서민들은 그 금융기관 소유의 주택을 임대하여 살아가기 때문이다.
아파트 한 채 가격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아파트를 소유하려면 그만큼의 재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웬만큼 소득이 많지 않고는 주택소유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렇다고 서민생활이 특별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홍콩만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서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재산세의 부담이 엄청나게 커서 부동산 투기는 꿈도 꾸지 못한다. 실제로 미국에 이민 가서 실패하는 첩경은 집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불과 몇 년 동안에 내야 할 세금이 집값보다 훨씬 더 커서, 가져간 돈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바쳐야 하기 때문이란다.
참여정부는 왜 위와 같은 근본적인 대책에는 관심조차 없을까? 과거에 실패했던 정책들만 왜 자꾸 반복하는 것일까? 개혁을 내세우지만, 근본적인 개혁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우니, 그저 한심한 생각만 든다.

<위 글은 시민일보 3월 8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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