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해소, 행복한 대한민국의 조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3-08 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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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ILINK:1} 제가 생각할 때,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일이 양극화 해소라고 봅니다.
어느 사회나 자본주의 국가에는 그런 현상이 있지만 그것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부자 부모를 만난 아이들은 비싼 과외로 공부해서 좋은 학교에 가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부자 부모를 못 만난 아이들은 비싼 과외를 못해서 좋은 학교 못가고 계속해서 못살게 되는 현상을 양극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어느 정도 잘 살기도 하고 어느 정도 못 사는 사람도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잘 사는 사람은 계속 자기들끼리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사회, 그런 나라는 잘못된 것이고 결국 망하게 됩니다. 못 사는 사람은 아무리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도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는 범죄도 많아지고, 불안해지고 결국은 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나라, 바람직한 사회는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이 그만큼 잘 사는 사회, 역량과 성실성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그만큼 더 잘살게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사회, 기회가 안 주어져서 못사는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양극화 현상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매우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버느냐를 기준으로 할 때, 예를 들어 우리 사회를 10등급으로 나눌 때, 최상위 10%와 최하위의 10%의 수입차이가 어느 정도 나야 적당할까요?
사회가 안정되어 있는 국가는 맨 밑의 수입과 맨 위의 수입 차이가 대개 3배에서 5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간층의 사람들이 든든하게 사회를 버티고 있으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맨 아래와 맨 위의 차이가 잘 나온 통계가 7배, 심하면 15배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그 사회는 여러 심각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저는 수입의 경우만 말한 것인데 최근에는 여러 분야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많으며, 그 중의 하나가 교육의 양극화 현상입니다.
소위 가난의 대물림, 부모가 못 살면 자식도 못 사는 사회는 잘못된 사회입니다.
가난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는 유일한 방법이 교육을 잘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각자가 갖고 태어난 각 사람이 가진 역량, 재능에 따라 그만큼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똑같이 주어지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 것입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과외, 학원 등 사교육비를 많이 들이는 학생이 좋은 학교에 간다는 통계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가 그야말로 양극화가 됩니다. 옛날처럼 귀족계급이 생기고,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생길 것 입니다. 저는 교육을 통해서 이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당이 실업계 고교 문제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실업계 고교에 다니는 학생이 과연 강남의 소위 일류 고교에 다니는 학생에 비해 성공할 기회를 덜 갖게 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실업고를 다니든 인문고를 다니든 강남의 부자 고교를 다니든, 시골의 농촌 학교를 다니든 아이들에게는 공평한 성공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당이 갖고 있는 확고한 생각이고, 제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저는 일본에서 태어났습니다. 일본에서 유치원까지 자랐고 조센징이라고 하도 놀림을 당해 일본인이 너무 싫었습니다. 어렸을 때 일본 아이들이 조센징이라고 하도 놀려서 한 아이를 나무칼로 찔렀는데 그것이 잘못돼서 도저히 일본에서 살 수가 없게 되어 부모님이 저 혼자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내 나라에 와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맨 뒤에 앉았는데 한국말을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랬더니 모두 쪽발이라고 하더군요, 성장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더니 저에게도 기회가 오더군요.
생텍쥐페리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가 한 말 중에 유명한 말이 ‘살해당한 모차르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텍쥐페리가 폴란드의 가난한 탄광촌에 갔는데 탄광촌으로 가는 기차의 싸구려 3등 칸에 타서 보니 탄광 광부의 부인들이 아이들을 안고 젖을 먹이고 있더랍니다. 그 아이들을 보며 한탄하기를 저 아이들이 탄광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클 텐데, 개개인이 품은 천재성이 발견되지 못하고 결국은 살해당하고 말 것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각자 속에 숨은 천재성을 사회가 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살해당한 모차르트’라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가 우리가 사는 오늘보다 우리 자식이 살 내일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며. 여러분이 품고 있는 저마다의 재능과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회를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1명의 승자와 4000만 명의 패자가 있는 경주가 아니라 각자가 자기 자리에 서서 각자가 가고 싶은 방향을 정하고 그래서 모두가 승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3월 9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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