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는 남고 노 대통령은 탈당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3-12 18: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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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ILINK:1} 이해찬 총리 경질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가 커다란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느닷없이 이병완 비서실장, 이광재 의원 등 청와대 참모와 친노 직계 의원들이 입을 맞추기나 한 듯 총리를 엄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 총리가 경질되지 않는다면 정동영 의장으로서는 등에 칼을 맞은 채 5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정 의장 입장에서는 5월 지방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대권 후보로서 열린우리당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서 이 기회에 이 총리가 낙마하는 것이 불감청이나 고소원이다.
과연 노무현 대통령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이해찬 총리인가. 정동영 의장인가. 노 대통령은 당 보다는 자신이 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노 대통령에게 이 총리는 입술과 같은 존재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노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레임덕이다. “총리가 사퇴할 경우 정책에 관한 국가 틀이 흔들리게 된다”는 발언은 노 대통령이 느끼고 있는 치명적 레임덕에 대한 두려움과 처량함의 표현이다. 그리고 이해찬 총리 없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상상이 안 되는 것이다. 이 총리만큼 자신과 코드가 일치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에게 있어서 이 총리를 유임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고 그럴 가능성이 제일 높아 보인다. 노 대통령의 고민은 그 이후에 몰아 칠 후폭풍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에 있다. 먼저 열린우리당의 반발이다. 정동영 의장은 결국에는 살기 위해서 노 대통령을 밟고 올라 설 것이다. 두 번째는 야당의 공세와 국민 여론이다. 그냥 귀 틀어막고 가기에는 선거가 걱정이고 선거 이후의 세력판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지방선거에 대한 기대를 오래 전에 접은 것 같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신뢰도 거둬들인 것 같다. 많은 의원들의 공개적 반대가 있었음에도 유시민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 이어 이 총리의 유임은 그것을 다시 확인하는 일에 불과하다. 그러면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을 어떻게 끌고 가고자 하는가. 일단 5월31일 지방선거전에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탈당 후 노 대통령은 무모하고 도전적인 정치적 행보와 도발적인 논쟁을 통해 정치적 대혼란을 부추기고 기존 가치의 파괴를 끊임없이 시도할 것이다. 이 말은 대통령 스스로 “좀 시끄럽게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인정한 바 있다. 궁극적 목적은 노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대한민국 “지배 세력”의 완전한 교체에 있다. 또 “피가 거꾸로 흘렸다”고 말한 소위 ‘잘못된 한국 현대사’를 노무현 코드와 이분법적 역사인식으로 다시 고쳐 쓰는데 있다. 그리고 다음 대선에서 노무현 코드의 후계자가 정권을 잡도록 하는 데 있다. 몇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임기 단축이다. 이것은 핵폭탄과 같다. 노 대통령은 임기 단축이라는 이니시어티브를 잡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밀어 붙인다. 필생의 과업으로 생각하는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요구한다. 권력구조는 4년 중임제가 유력하다. 결국 노무현 정권의 실정과 악행은 온 데 간 데 없어진다.
둘째, 대연정론이다. 이것의 고리는 남북관계와 개헌이다. 남북연방제와 연관된 내각제 개헌론을 제기한다. 헌법 제3조 영토조항과 제4조 통일조항을 개정하고, 이를 통해 북한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구성의 근거를 만든다. 틀림없이 나라가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친노와 반노로 갈가리 찢어진다. 극심한 이념 대결이 벌어진다.
셋째, 대북 카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남북정상회담 등 정치적 목적을 띤 북한 이벤트다. 태극기는 없어지고 한반도기만 펄럭인다. 원칙 없는 유화정책의 종말이 무엇인지 영국 체임벌린 수상의 히틀러에 대한 유화정책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
솔직히 노 대통령의 정치판 흔들기의 끝이 어디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남은 2년이 조용히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다. 나는 위의 시나리오가 그냥 시나리오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노 대통령은 특유의 오기 정치와 반향적 역사관으로 대통령까지 되었다.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의 아킬레스건과 치부를 잘 건드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대통령이 됐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서민을 위한다는 노무현 정권에서 서민들은 일자리를 잃었으며 더욱 가난해졌다. 젊은이들은 학교를 졸업해도 갈 데가 없다. 대한민국의 자부심은 한없이 쪼그라들었고 가능성은 죽어가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보이지 않고 희망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순간부터 더 이상 특정 정파의 대통령이 아니다. 마이너리티콤플렉스에 매여 있어서도 안 된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염원과 기대를 우선해야 하고 그것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은 권력을 가지고 정치적 게임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은 전체 국민과 국가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다. 남은 임기 2년이 결코 짧은 것은 아니다. 내각제 국가에서 총리들은 1~2년의 기간 동안에 국가적 아젠다를 성공시키고 그것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구한다. 노 대통령의 경우 비록 지난 3년이 실패했다고 해도 남은 2년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노 대통령께서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국민을 스승으로 야당을 벗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위 글은 시민일보 3월 13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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