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정당과 대중정당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4-13 1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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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 {ILINK:1} “열린우리당은 왜 그렇게 자신이 없는가?”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라는 책으로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한 선거기획사 대표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 와서 던진 화두입니다.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기대에 흡족하게 부응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 양극화에서 세금 문제까지, 부동산 대책에서 교육개혁 문제까지 단 한번도 소수 특권층을 대변하지 않고 ‘대중정당’의 역할을 일관성있게 유지해온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뜻있는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의기소침하냐고, 왜 좀더 소신있게 정책을 밀어붙이지 못하느냐고 말입니다.

이런 분들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와 부패정치를 청산하자고 출발한 정당에서 이것 이상의 대의명분이 더 필요하느냐며,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답게 당당하게 국민 앞에 나설 것을 주문합니다.
저는 이런 일련의 문제 제기를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뭐가 다르냐고 뭉뚱그리지만, 두 당이 다르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비근한 예로, 얼마 전 두 당이 각기 가진 국회의원 연찬회 내용을 보면 그 차이를 엿볼수 있습니다

한나라당 연찬회의 주제어는 ‘오버’였습니다. 목요일과 금요일 1박2일의 일정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처음부터 끝까지 도배질 쳐졌습니다.

일정 처음부터 평소 하지 않았던 ‘정신무장’과 ‘극기훈련’ 코너를 집어넣더니 이도 모자라 ‘금욕 훈련’에 ‘수련회’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쪼그려뛰기’로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박근혜 대표의 모습은 한나라당 연찬회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해프닝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일요일 하루 꼬박 개최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연찬회.
국회의원들의 실무 연수가 초점이었던 때문에 언론의 호기심을 동하게 할 색다른 분위기는 분명히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상임위별 정책조정위별 분임토의, 분임토의 결과 보고와 종합토론 등의 순서로 이어진 연찬회.

의원들은 중점 현안을 가리고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을 밀도있게 아껴 쓰며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이벤트’에 할애할 시간적 여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과거 연찬회처럼 혈기왕성한 몇몇 의원들의 돌출발언을 기대했던 기자들의 예상도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사안에 대한 양 당의 접근법도 극명하게 다릅니다.

현안 중의 현안이라고 하는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우리당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전제로 복지예산 확충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한나라당의 반응은 ‘절대적인 부정’입니다.

하지만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정책적 대안 제시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습니다.

교육 문제 역시 마찬가집니다. 한나라당은 ‘기존의 평준화 교육이 우리 교육을 다 죽이고 있다’고 서슬 퍼렇게 목소리를
높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가 많은’ 우리 교육을 어떻게 살리겠다는 구체적인 처방은 어디에서고 찾아볼 수 없습니다.
워크숍 시작에 앞서 참석의원들과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있는 정동영 당의장.

이날 워크숍은 저녁 7시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한나라당은 무조건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명목 아래 ‘묻지마 감세’를 주장합니다. 그러면서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기초연금제 도입’을 당론으로 내세웠습니다.

기초연금제는 시행 첫해에 최소 4조~5조원, 전면 시행되는 2030년에는 170조원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간신히 돌아갈 수 있는 제도입니다.

세금은 줄이자면서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돈쓰기’ 정책은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모습은 인기영합주의 그 자체입니다.
문제는 대안없이 비판을 일삼는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공세가 적지않은 국민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상대적으로 국민에게 확실한 믿음과 신뢰를 주지못하는게 우리당의 위상입니다.

과거 집권경험의 향수에 아직 젖어있는 ‘귀족 정당’ 한나라당, 이에 비해 처음 정권을 잡고 행정경험이 부족해서 ‘아마추어 정당’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아마도 출범당시 원대했던 구호에 눌려 개혁성과가 상대적으로 돋보이지 못했습니다.

어느 당이 딱히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고집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시대정신과 국민의 기대에 맞춰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새로워지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쪽은 더 이상 ‘무늬만 야당’이 아니라 진정 야당다운 ‘헝그리 정신’의 근성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쪽은 ‘집권야당’이라고 폄하하는 듯한 평가를 뛰어넘어 진정한 여당다운 프로정신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현재 넘어서야 할 과제인 듯 싶습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4월14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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