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논의, 즉각 중단해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4-27 2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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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 {ILINK:1} 최근 한나라당의 무모한 사학법 재개정 추진으로 국회의 공전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3법, 동북아 역사재단 관련법 제정, 금산법 개정, 로스쿨 관련법, 국방개혁 관련법, 부동산 관련법 등 민생개혁 법안들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한나라당의 ‘뗑깡정치’ 탓입니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국회의 원만한 정상화를 위해 사학법의 재개정에 동의해주고, 물론 개방형 이사제의 골간을 흐뜨리지 않는 선에서, 몇 가지 타협과 절충을 시도하자는 흐름이 생기고 있습니다.

못 할 일은 아니지만 되짚어서 반드시 생각할 몇 가지 문제의식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우선 우리의 확신, 신념, 가치관과 관련해 되짚어 봐야 합니다.

왜 우리는 지난 해 사학법을 개정했습니까? 과연 우리는 사학법 개정을 잘못한 것일까요?

나름대로 자기 확신과 이 길이 사회와 국가가 발전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역사의식이 없이는 이맛살 찌프리는 몸싸움을 해가면서 사학법 개정을 과연 강행할 수 있었을까요?

왜 지도부는 사학법 개정 직후 의총을 통해 감격스러워 울먹였고 서로가 격려하며 뿌듯해 했을까요?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이기도 했습니다. 자칫 이 시점의 사학법 재개정 논의가 이 모든 자기 확신과 확고한 역사행위 과정에 대한 부정과 훼손으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둘째 우리 스스로의 진정성을 가지고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해 나가는 것은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또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일도 때가 있는 법입니다. 개정 사학법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더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지지층의 동요와 회의를 불러올 사학법 재개정 논의는 선거결과에 예민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 병법에도 전투에 임하기도 전에 아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행위는 반드시 피하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최소한 3~5% 이상의 지지철회를 야기할 수 있는 그 반대로 또 다른 유권자층에서 이를 만회하는 지지도의 재상승이 불투명한 실험을 왜 해야 할까요? 도박 아닐까요?

셋째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논의는 전형적인 뗑깡정치입니다.

우리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대응과 협상에 언제든지 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방형 이사제라는 개정 사학법의 골간과 중심을 흐뜨리지 않는 선에서 얼마든지 남은 조항들에 대해서는 협상과 절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거기에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논쟁의 핵심에 관한 것이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사학법 개정의 과정이 협상과 타협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던 점을 반추하면 이는 명확해 집니다.

이미 개방형 이사제도는 이사회 구성원의 1/3에서 1/4로 후퇴했고, 거기에 단 수 추천이 아니라 2배 수 추천이라는 엄청난
양보가 선행되어 있는 것입니다.

더 이상의 양보는 ‘뗑깡정치’에 굴복하는 것이며, 이것은 협상도 타협도 절충도 아닐 뿐만 아니라 원칙은 더더욱 아닙니다.

넷째 지금 시점의 타협은 사학법 개정의 정당성만을 훼손하여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에 정세의 주도권만 넘겨주고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할 극히 위험한 행위입니다.

한나라당은 반드시 사학법 재개정을 통해 우리당과 참여정부의 미숙성이 드러났다고 할 것이며, 이러한 세력에게 국가를,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참주선동할 것입니다.

설사 이 점은 개방형 이사제를 제외하고 겸직금지 조항의 완화, 중임제한의 완화 등을 재개정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의 정치적 미숙이라는 낙인효과로 활용할 것입니다.

자칫 빌미를 주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어느 면으로도 명분없는 한나라당의 행위를 훨씬 더 높은 강도로 준열하게 꾸짖고 규탄하는 것이 정도일 것입니다.

다섯째 옛말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중이 싫다고 절이 떠나는 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그러나 절이 변해도 중이 떠납니다.

원칙 앞에 타협하고 불의 앞에 무력해 보이면 유권자가 등돌린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원칙을 버리고 타협하면 이로 인해 위기가 옵니다.

우리당의 최근 지지율 격하와 장기적 침체가 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복기해 보면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 이러한 위기가 한 번 더 온다면 치명적 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학법 재개정 논의는, 협상과 타협의 시도는 아주 신중해야 합니다. 아니 해서는 안될 정치적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의 전문은 이인영 의원 홈페이지 ‘e-노트’란에 게재돼 있습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4월 28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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