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문제다. 지금 우리는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이 사슬을 끊느냐 마느냐는 이제 정파적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되었다. 모든 편견에서 벗어나 냉정을 되찾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최근 감사원의 사학비리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다양한 유형의 사학비리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사학들이 학생배정을 거부하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감사를 시작한 시점이나, 또 여야 간의 사학법 재개정 논의가 한창 시작될 때를 기다려 설익은 중간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의도야 어찌되었건 조사결과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전체 사학 중에서 비리제보를 받았거나 혐의가 있다는 124개 학교를 선정해서 엄청난 인력을 동원하여 넉 달 넘게 집중감사를 하였다 한다.
그 중에 30개 학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한다. 그리고 24개 학교에서는 중대한 비리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고발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초중고교와 대학을 합치면, 전체 사학은 2천여 개가 된다. 그중에 24개 학교에서 심각한 비리가 있다는 것은 그 숫자의 많고 적음은 떠나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음 세대를 짊어지고 갈 세계적인 인재를 길러내야 할 교육기관에서 그러한 구악이 벌어지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비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와 여당이 통과시켜 놓은 개방형 이사제가 그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이번 감사원 조사에 임시이사들이 운영하는 대학들도 심각한 비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대게 임시이사는 학교구성원의 요청에 의하여, 경영진이 교체된다는 점에서 개방형 이사제와 유사한 제도이다.
강제적으로 개방형 이사 한 두 사람을 앉힌다고 해서 학교교육이 살아날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임시이사 사례에서처럼 방만한 학교경영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 가능성이 더 크다.
비리예방을 위해 내부 감시자가 필요하면 한나라당이 제안한 개방형 감사로도 충분하다.
또 외부회계감사를 철저하게 하고 학교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비리를 막고 우리 교육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 정작 필요한 것은 경쟁이다.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거기서 선택을 받지 못한 학교들은 과감히 문을 닫게 해야 한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통과시킨 사학법은 강제적인 개방형 이사제와 무소불위 임시이사제도로 학교현장을 혼돈에 빠뜨릴 것이 자명하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이 법이 사학의 책임경영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한 가치들에 정면으로 도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법 조문이 오류투성이라는 것도 여러 번 지적되었다.
이렇게 다듬어지지도 않은 거친 법이 국회 담장을 넘는다면, 분명 학교현장과 학생들을 해치는 칼이 되어 마구 날뛸 것이다.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였다.
한나라당은 이 법의 부당성을 국민에게 최선을 다하여 알렸고, 그러면서도 국민을 위해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도록 양보하는 어려운 결단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여당은 아직까지도 자기중심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국민과 나라의 앞날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시행일 연기 제안도 묵살하고 있다.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보면 국민여론을 들어보기는 하는지 의심스럽다.
실업계 출신 학생들의 대학진학은 일부러라도 돕겠다고 하면서, 왜 외국어고 학생들의 진학은 무리하게 막겠다는 것인지, 공영형 혁신학교라고 해서 공립학교에도 자율권을 주겠다고 하면서도, 왜 사립학교에는 도저히 자율을 줄 수 없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어찌하여 국가의 운명의 결정짓는 백년대계가 그들의 손안에서는 조령모개 술수로 전락하고 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여당은 지금이라도 사태가 더 심각해 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수습하는 성실한 태도를 보여야 할 때이다.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 겸손과 상생의 지혜를 발휘하여 주기를 바란다.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대해 본다.
(이 글의 전문은 이주호 의원 홈페이지 http://www.happyschool.or.kr ‘이주호 칼럼’란에 게재돼 있습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7월3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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