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SOC 건설투자는 내수부문 경기와 직결되기 때문에 요즘같은 불황기때에는 과감한 건설투자가 실업난 해소와 경기활성화를 위한 최우선적인 해법으로 제시된다.
실제로 경기위축상태가 지속되면 건설업 부도 증가, 중소하도급업체 연쇄도산, 건설근로자 실업증가로 이어지게 되는데, IMF 외환위기 당시 건설수주액이 75조원에서 47조원 수준으로 격감하면서 건설관련 실업자가 무려 50만명이나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마냥 SOC예산을 늘일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가면갈수록 한정된 재원에다가 복지예산비중 확대로 인하여 SOC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시켜 버리는 추세이고, 이에 따라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갖가지 유인책에다가 변칙적인 예산편성 방법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의 국고지원 약속이나 국회의 결정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인천공항 2단계 건설사업비의 경우 지난 2002년 12월 국회심의를 통해 국고 지원비율 50%를 확정하고, 심지어 지난 2005년 9월 기획예산처장관이 위원장인 SOC 추진위원회의 인천공항기본계획변경 과정에서도 재차 확인했지만 기획예산처는 내년도 예산편성지침에 20%밖에 지원할 수밖에 없다며 발뺌하고 있고,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던 부산-울산간고속도로 건설사업도 중도에 민자사업으로 전환하는가 하면, 이미 착공한 사업도 온갖 이유를 붙여 타당성 재검증이라는 명목으로 미루는 실정이다.
최근 발표된 호남고속철도 건설기본계획(안)을 보면 국고보조비율을 85%로 잡고 있지만 이는 건설교통부의 희망사항일 뿐 지금대로라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역시 민간투자 활성화 뿐이다. 정부도 12% 수준인 민자사업의 비중을 2010년에는 30%로 끌어올릴 방침을 밝히는 등 정부재정사업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민간의 입장에서 ‘과연 어떻게 하면 투자를 더 끌어올 수 있을지’, ‘투자에 걸림돌은 없는지’에 대해 살피고, 과감하게 풀 것은 풀어야 만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등장한 BTL 사업의 경우, 도입당시에는 마치 공공건설의 만병통치약인 듯 했지만 수요조사 미비와 무리한 추진으로 인해 ‘비틀기 사업’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부작용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주무관청의 행정편의주의 발상으로 단위사업규모가 과도하게 집단화되는 바람에 지역중소업체의 수주물량 급감은 물론이고 준공 후 관리운영비 부담, 시공연계 미흡, 운영사의 영세성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14개 단위사업의 평균 사업비규모가 522억원이 넘고, 국립대 기숙사 사업의 경우도 전북대와 서울교대, 부산대와 안동대를 묶어서 고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역적 근접성도 없고 관할범위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있는 집단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3월,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역중소건설업체의 의무시공 비율을 40%에서 49%로 높이고, 참여가 쉽도록 출자비율을 40%에서 20%로 낮추고, 지역업체 참여 숫자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 하기로 했다는 것인데, 사실 이 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무엇보다 한 눈에 들어오는 유인책이 세워져야 한다. 민간자본이 무한한 매력을 느낄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집단화의 규모를 지금처럼 ‘적정규모’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쓸 것이 아니라 아예 ‘200억~300억 규모’로 못박고, 모든 민자사업의 사업제안비용 보상을 턴키공사의 설계비 보상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고시사업에만 한정된 BTL 사업의 제안권을 민간도 가능하도록 허용해야 하고, 적정한 사업추진과 품질확보를 위해서 가격경쟁위주의 평가체계를 기술평가위주로 개선하는 등 제도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민자사업은 어디까지나 민자사업이어야 한다. 당초 세계적인 규제완화(deregulation)와 민영화(privatization) 추세에 부응하고, 민간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활용하기 위해 도입한 근본취지를 살려야 한다.
이 말은 SOC 분야를 정부재정 보다는 민간의 몫으로 떠넘기려하는 경향을 경계해서 하는 말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매년 교통혼잡 비용으로 22조1000억원, 사고비용으로 15조5000억원, 국가물류비용으로 87조원 등 GDP의 17.3%에 해당하는 124조6000억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SOC 확충이 절실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게다가 민자사업의 특성상 사업기간 연장과 사업자에 대한 수입보장은 결국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BTL사업의 장기임대료는 무슨 돈으로 내겠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재정부족을 이유로 추진하는 민자사업이 훗날 부메랑이 되어 심각한 재정악화를 몰고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글은 시민일보 7월 10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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