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NK:1} 잠깐 라디오 뉴스를 듣는데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로 나온 어느 분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연설을 했더군요.
우리는 흔히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국민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국회 안에서 여야가 논쟁을 하거나 TV 토론을 할 때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정체성 논란입니다.
여러분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요?
상황에 따라 보는 시각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정체성을 자기의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이용하곤 합니다.
뜻도 모를 현학적 수사와 뜬구름 잡는 관념적 언어를 배설하며 국민들을 현혹하곤 합니다.
‘일 더하기 일은 이(1+1=2)’처럼 똑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국가 정체성은 헌법이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헌법처럼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을 국민들의 합의 속에 정한 것은 없을 테니까요.
더군다나 헌법이 절대권력자의 농락으로 첨삭 가필된 것이 아닌 현재의 헌법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아시다시피 현재의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국민대다수의 국민투표와 높은 지지율(약 90%) 개정된 헌법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총 130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조항의 정신은 압축 요약해 놓은 것이 헌법 전문입니다.
그렇다면 헌법 전문에 나타난 정신이 바로 국가 정체성의 표현이라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헌법 전문의 정신이 바로 국가 정체성인 것입니다. 헌법 전문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헌법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의 첫 번째 요소는 바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입니다.
일제시대 친일을 했다면 국가 정체성을 훼손한 것입니다.
일제시대 때 일본군 장교를 하며 독립군을 때려잡으러 다녔던 사람들은 아니 그 후예들은 감히 국가 정체성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일본군 장교 출신 박정희와 상해임시정부 주석 김구를 동시에 존경하는 이상한 현상은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는데 4.19를 탱크로 밀어 뭉개버린 것이 또한 박정희의 군사쿠데타입니다.
그 유신의 후예들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논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유린했던 사람들이거나 그 후예들이 그 조상의 얼을 빛내기 위해 하고 있는 작업이 정체성 확립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아무리 ‘과거를 묻지 말라’지만 과거가 있기에 오늘이 있고 과거를 반추하며 내일의 지표를 삼듯이 정체성의 혼란과 훼손을 획책하는 한나라당의 정체성 확립을 경계합니다.
지동설을 주장하다 시련을 겪었던 갈릴레이가 넘어지면서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로 했던가요.
우리가 실수하고 잘못한 것이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그래도 한나라당이 국가 정체성을 논할 자격이 있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NO라고 답할 수밖에….
한나라당이 건설하려는 친일 대한민국 냉전의 시계를 돌리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제 ‘한반도’ 영화시사회에 갔습니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내용과 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앞의 헌법전문에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한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한반도’ 영화 속에서도 명대사가 있습니다.
‘통일에 조건을 말하는 사람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민족의 단결을 해치고 실제 통일에 대한 조건을 까다롭게 토를 다는 것이 우리의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은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 홈페이지(http://www.mappower.or.kr)에 일꾼 청래란의 청래칼럼에 게재돼 있습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7월11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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