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중국은 한국을 ‘전면적 협력 동반자’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한국이 서로를 전략상 가장 중요한 고려대상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인 면에서의 교류는 정치면에서의 성과를 뛰어넘는 것으로, 양국 경제의 많은 분야에서 상호의존도가 높아져, 이제는 좋든 싫든 상대국의 관련업체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문화적으로도 양국은 지난 반세기의 단절을 극복해 가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국어 배우기, 중국 유학이 붐을 이루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한국 대중문화의 전파력을 바탕으로 한류 열풍이 거세다.
그러나 양국 관계의 양적, 질적 성장에 따라 각 양국 교류의 각 분야에서 갈등 및 방해요소 역시 드러나고 있다. 이 문제는 아직 심각한 단계라고 볼 수는 없지만, 방치할 경우 자칫 양국 국가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한국이 침체를 극복할 근본적인 대책은 ‘안정적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의견인데,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발전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올바른 중국과의 관계설정 및 갈등요소의 해소는 한국 경제의 회복에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산업부문의 ‘자연발생적’ 협력 저해요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보다도 한국의 산업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에 직면한 한계산업과 관련하여, 제품의 확실한 차별화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중국으로의 완전한 생산기반 이전 또는 업종전환을 통한 경쟁 탈피 등의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과감히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 부문의 한·중 경제교류는 기술을 매개로 한 한중의 동일 업종 간 협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범위의 경제(the economy of scope)를 이룰 수 있다면, 일정 기간 후 기술의 이전을 전제로 한국과 중국의 기업체 간 보다 적극적인 합작사업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자본재와 중간재를 이용한 중국의 완성품 시장 진출을 한국 기업이 도와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도가 뒷받침되었을 때 가능한 방법이 될 것이다.
농산물 교역과 관련해서 현재와 같은 개별 사업체 단위의 거래가 진행될 경우 양국의 마찰이 단기간 해결은 어렵다. 양국 정부 모두 자유무역이라는 ‘원칙’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농민의 보호라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농산물 품목 별로 양국의 생산자 및 가공자, 유통업자가 ‘조합’의 형태로 집단적인 거래를 할 수 있을 때 전향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한국 농산물 부문의 양허관세는 기본적으로 자국 농산물 보호를 위한 수입의 통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므로, 양국 생산자 및 가공/유통업자의 대표들이 상호간 납득할 만한 가격 및 품질을 제시하여 합의에 이른다면 중장기적으로 관세의 인하까지도 정부와 논의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관세 외 검역이나 규격 등의 문제 역시 사전합의에 의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양국은 서로가 처한 현실을 잘 이해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갈등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부문과 관련해서 중국은 급속도로 국제기준에 자국의 법령 등 제도를 맞추어 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WTO 등 국제기구의 요구를 충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으나, 아직도 각 성의 개별 제도와 충돌하는 점이 적지 않다. 또한 특정 지역의 산업 인프라와 관련한 통계자료 등에 있어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이 현지 진출한 기업인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산업 주변의 제도적 인프라가 갖추어질 때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투자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로,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투자는 규모가 작고 제조업종에 편중되어 있어 중국이 원하는 투자가 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현재 중국은 빈부격차의 해소, 특히 동서간 빈부격차 해소에 경제성장 못지않은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한 주된 방안으로는 연안지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서부대개발 등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에 의한 개발과 성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중국의 발전전략에 발맞추어 또 다른 분야로의 진출 등이 보다 용이해질 수 있으며, 급속한 산업 인프라 구축과 관련하여 한국은 서방 국가보다 중국에 적용될 수 있는 경험사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조건 역시 월등하다. 또한 양국은 서로에게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적극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에 있어서도 역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3년간 한국과 중국은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교류해 왔다. 2000년대 들어 양국 교류는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양국은 상대방에게 자국 발전의 열쇠가 있음을 인식하고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교류를 ‘체계화’, ‘구조화’, ‘장기화’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산업계뿐 아니라 정부의 더 치밀하고 적극적 연구와 접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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