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한나라당이 전승하는 선거결과와는 의미와 파장이 다르다.
아마도 한나라당이 전승했다고 한다면 국민들은 ‘선거의 모순’ ‘민심의 모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데 이어 수해골프, 황제헬스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승리한 것에 대한 경계심이 유발될 것이다.
마치 ‘시계추 효과’처럼 그에 대한 반발도 클 것이다.
하지만 조순형을 택했다. 시민들이 조순형을 선택한 것은 탄핵행위에 대한 사면 복권, 정당성 부여와는 거리가 멀다. 현 정부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와 거리감을 갖고 있는 일각에서는 그처럼 해석하고 싶겠지만 이성적인 관찰은 아니다.
한나라당 지지세력의 입장에서는 성북에서 투표장에 나가야 할 동인이 별로 없다.
5.31 선거에서 분노를 표출했고 충분히 만족감을 얻었다. 실제로 전략적으로 길게 보는 보수유권자라면, 판을 읽는 유권자라면 조순형의 복귀를 용인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반한나라당 유권자들은 5.31 선거 이후 상실감을 경험하고 있다. 박근혜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한쪽으로의 지나친 쏠림에 대한 경계심리가 형성되고 있고, 이에 따라 반한나라당 세력의 결집과 재편을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투표장으로 나가야 할 동인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 조순형이라는 정치적 파급력을 가진 대상이 마침 존재했다.
결국 조순형을 택한 것은 반한나라당 진영의 변화를 독촉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일시적으로 고 건 전 총리나 민주당에 대한 주목현상이 생길 수 있다. 적어도 언론에 의해서는 열린우리당이 정국
의 흐름과 정계재편의 와중에서 객체화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긴 흐름을 보면 이 또한 냉정한 관찰은 아니다. 고 건 전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역할을 한 것이 없고, 조순형은 새로운 시대의 흐름과 비전에 대해 설파한 적이 없다.
민주당은 ‘반한비노세력’을 응집시켜 캐스팅보트역할을 하거나 주도권을 잡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반한비노세력의 정치세력화 가능성은 없다. 실체도 애매하거니와 그같은 중도세력의 결집은 역사적으로 한계가 있어왔다. 민주당도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 바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긴 흐름의 문제다. 새로운 역사, 시대적 과제에 대한 소명을 읽어내고 그 기치를 분명히 한 뒤 범개혁세력이 결집할 수 있는,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누가 만들어 내느냐의 문제이다.
특정인 중심으로 결집하고(특정인 중심 결집론), 특정세력은 배제하고(특정세력배제론), 특정지역과의 재결합을 기계적으로 복원하고(특정지역재결집론) 등의 정치공학적 접근방법은 국민의 신뢰를 얻어낼 수 없다.
그러기에는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의 정도가 너무 깊다.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남은 몇 개월, 길어야 6~7개월의 기간 동안 새로운 세력이 결집할 수 있는 공간의 창출과 기치에 전념해야 한다.
거기에서 결국 정국의 주도권도 나오고, 구도와 프레임을 형성할 수 있고 정권재재창출도 가능하다.
이를 위한 몇가지 실천과제를 고민해 볼 수 있다.
국민과의 정책을 통한 재결합이다. 열린우리당은 전통적인 재야세력, 기층단체, 그리고 시민단체와의 끈을 놓쳐버린 상태다. 중간지대도 상실했다.
독일의 사민당과 녹색당, 프랑스의 사회당은 이번 가을에 지구당부터 중앙당까지 각계각층의 기간조직 시민단체 전문가조직 이해단체등과 분야별 계층별 스몰딜을 통해 내년 대선공약과 신강령작업을 도출한다고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지역단위에서 전국단위까지 국민과의 결합을 공고히 한다. 공통분모가 도출되는 스몰딜의 결합으로 내년 대선에서의 지지와 그 반대급부로서의 공약의 이행이라는 빅딜을 도출한다.
열린우리당은 우선 이 모델을 도입해 기반을 다지고 대중결합의 정도를 공고히하고 구심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그 위에 대선후보군의 개별공약 혹은 핵심공약이 추가될 것이다.
이는 아젠다 중심의 정치발전이라는 요구와도 부합된다.
다음으로는 정당의 현대화와 국민참여형 대선제도의 개발이다. 오픈프라이머리도 당에서 연구 검토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합의가 도출된다면 물리적 제도적 뒷받침이 조속히 따라야 할 것이다. 정당의 현대화는 홍보 정책중심으로 당을 재편하는 것이다.
7.26 보선의 결과는 조순형의 출마선언부터 어느정도 예상된 것이다.
여기에 동요되고 또 다른 내부분열에 빠지기 보다는 지도부를 포함해서 의원들이 실질적인 과제 중심으로 재편해 당을 추스르고 제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이념과 정책의 창출, 조직운동의 실천에 우선 전념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시민일보 7월28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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