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직만큼은 여성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장벽은 사라졌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한편 공무원 사회에서 여성인력의 활용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도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공직사회는 이렇게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여성공무원들의 인력관리에는 미흡한 듯 싶다. 그간 정부에서는 여성공직자의 채용을 확대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만큼 들어온 여성들을 관리하는데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는 못했다.
여전히 공무원 조직은 대다수의 구성원이 남성임을 상정하고 만들어 놓은 인사관리규정, 복지후생 및 교육훈련 제도를 기본골격으로 해서 조직을 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최근 여성공직자의 비율이 높은 기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젊은 여성들이 3개월 출산휴가를 떠난 기간동안 그 일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육아휴직을 떠난 경우는 별도정원이 인정돼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문제가 된다. 여성가족부의 경우 전체 직원 중 여성공무원의 비율은 대략 55% 정도이다. 아마 중앙부처로선 최고로 여성비중이 높은 부처일 것이다. 이로 인해 출산휴가를 떠나는 젊은 여성 주무관, 사무관들이 매년 7~8명씩 생겨 이들이 맡고 있던 중요한 국가적 사무를 맡아 처리할 수 있는 대체인력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물론 2005년 3월 중앙인사위에서 마련한 ‘부분근무 및 업무대행공무원과 대체인력운영 지침’에 따라 출산휴가시 대체인력을 활용하거나 업무대행공무원에게 수당을 지급할 수 있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수용하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조치이다. 2005년도 중앙부처의 경우 대체인력확보율은 출산휴가 이용자의 13.4%에 불과하다. 반면 출산휴가시 동료직원 활용률은 83.95%에 달한다.
따라서 출산휴가를 떠난 여성직원 옆의 동료가 고스란히 그 여성의 짐을 떠맡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업무대행 수당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 쥐꼬리만한 수당을 받고 옆의 동료의 일을 하느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느니 차라리 안 받는 것이 낫겠다고 푸념한다.
저출산 시대에 젊은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국가적으로 권장하고 있지만, 조직에서 성과를 내려고 하는 팀장들은 가임기에 있는 여성들을 팀원으로 받기를 꺼리게 되고, 팀원들 역시 이들이 나의 옆자리 동료가 될까 가슴 졸이게 된다. 상황이 이러한데 어떻게 젊은 여성들이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있을 것인가?
또 한편 출산휴가를 떠난 여성들을 안고 있는 조직은 이 여성들의 대체인력을 메우지도 못하고 그 기간 동안 업무공백을 초래해 조직생산성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여성공무원들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젊은 여성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이로 인한 조직의 업무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는 비단 여성공직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가족부나 일부기관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공직사회 전체의 과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기간의 인력관리 규정을 과감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대안의 하나로 현재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분리해서 운용하고 있는 규정을 통합적으로 운용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의 규정에 의하면 출산휴가 이후 연이어 육아휴직을 신청하게 되는 여성공직자의 후임자도 출산휴가 시점에서 채용하지 못하고 출산휴가 3개월이 끝나고 육아휴직이 시작될 때 가능하다. 이를 출산휴가 때부터 별도정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을 합산해 6개월 이상이 될 경우 별도정원을 인정해 주면 훨씬 조직의 인력운용은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초에 출산휴가를 앞둔 공무원으로부터 육아휴직 계획을 미리 받아 인원충원계획을 수립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계획적인 인력운용이 가능할 것이다. 더 나아가 가임기 여성공무원이 상당 비율 있는 기관일 경우 어느 정도의 비율을 별도정원으로 인정해 주는 방안도 검토해 봄직 하다. 이러한 방안마련은 바로 여성공직자가 40% 수준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실에서 남녀 모두 불만 없이 일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해 나가는데 꼭 필요한 조치가 될 것이다.
미국의 공직이나 기업의 경우 조직 내 소수인종, 여성 등 노동력의 구성이 다양해짐에 따라 다양한 집단이 평등한 작업환경에서 그들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이질적, 복합적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다양성 관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러한 인력관리 방식에 눈을 돌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위 글은 시민일보 8월2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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