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것 같다. 내년 대선에서 패배하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나도 동의한다.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2002년도를 돌아보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었다. 그런데 상대 후보가 정해지면 상대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대항마를 찾게 되어있다. 그때 내가 대항마가 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선장이 안 보인다고 해서 너무 초조해 할 필요없다. 우리가 뿔뿔이 흩어지면 정체성이 상실된다. 반면에 우리가 뭉쳐있으면 외부에서 선장도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외부선장영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단 우리가 먼저 튼튼해져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이 헌법개정에 관여할수록, 정계개편에 개입할수록, 정권 재창출에 집착할수록 오히려 일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노 대통령도 이런 교훈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대통령이 외부선장론을 통해서 후계구도와 정권재창출의 길을 시사했다는 추측은 억측에 불과하다.
나는 평소에 ‘튼튼한 울타리론’, ‘강한 함대론’을 피력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당청회동에서 외부선장론을 피력했을 때도 이를 곧바로 ‘강한 함대론’, ‘튼튼한 울타리론’으로 해석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헤쳐모여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지지도가 높은 특정인사를 중심으로 한 헤쳐모여론이나 특정지역기반을 복원하는 것을 주장하는 정계개편론이나 모두 일시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대선에서 승리를 담보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정치공학적이나 과거회귀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플러스 알파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방법론일 뿐이다. 새로운 기치가 없으면, 새로운 시대의 요구와 시대정신을 창출하고 여기에 부합하지 못하면 국민이 동의하고 수용하지 않는다.
또 정계개편을 위해 뿔뿔이 당의 인사들이 흩어지면 최종적인 코디네이터가 없어지게 된다. 누구는 동쪽으로 가고, 다른 누구는 서쪽으로 가고, 또 다른 누구는 남아있게 되는 상황을 상정해 보라. 시간은 절박한데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강한 함대를 만들어야 한다. 울타리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50명이든 70명이든 강하게 모여 선단을 구축하면 원심력에 빨려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민주개혁세력이 만든 정당의 역사는 수십년이 된다. 독재정권하에서도 명맥을 유지했고 오히려 강해졌다. 그런데 일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당을 없애고 헤쳐모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몇십년간 만들어 온 정체성은 상실된다. 방향성과 정체성도 없
이 당장의 당선가능성에 현혹되었다가 실패하면 당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른다.
수십년간을 유지해왔던 수구보수세력과 민주개혁세력의 대결이라는 정당대결구도는 완전히 허물어진다. 그 복원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것은 정당정치와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다. 따라서 정당을 흔들리지 않는 이념과 이해반영물로서의 공동체로 만들고 현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함대를 강하게 하고, 울타리를 튼튼히 하면 결국 외부의 인사들이 초초감을 못견디고 우리를 노크하게 된다. 그래야만 설령 최후에 정계개편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주도권과 정체성이 유지된다.
나는 이런 생각이 우리 당의 많은 초선의원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부선장론을 ‘튼튼한 울타리론’, ‘강한 함대론’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여기에 동조하는 형식으로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당 내부에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한 함대와 튼튼한 울타리의 필요성이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총선시 과거를 평가하지만 대선시에는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 앞으로 5년간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사회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아마도 ‘성장론 VS 경제적 민주화 +복지’ 같은 대립구도도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이 한나라당 최종후보로 올라온다면 그런 대결구도의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반면에 민주개혁진영 같은 경우는 ‘경제적 민주화 +복지’를 정체성으로 해서 싸우기는 쉽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기에는 우리 전체가 너무 실용화되어 있다. 실용화가 성공한 정치적 중도화라고 한다면 세력확보에서 유용할 수 있다. 정치적 중도화를 하면서도 기존의 지지세력의 이탈을 막으면서 이들을 포괄하고, 새로운 기치와 시대정신으로 이를 포장할 수 있다면 내년 대선구도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청회동에서 우리의 관심을 더욱 끄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을 하지 않겠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끝까지 남아 백의종군하겠다고 한 것이다.
두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민주당과의 기계적 통합에 반대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비쳐질 수도 있다. 반면에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지역주의 극복을 포함해서 정체성만 유지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중요한 것은 민주개혁세력의 분열을 최소화하면서 가는 것이다.
<이글의 전문은 민병두의원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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