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에서 제 눈길을 끈 사람은 리차드 핼러란씨였습니다. 얼마전에 ‘주한미군은 2008년에 완전히 철수한다’는 요지의 기사를 썼던 그 유명한 기자말입니다.
저는 하도 궁금한 것이 많아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우선 핼러란씨의 기사에 대해 한국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습니다. 저는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핼러란씨는 담담하게 웃으며 그러나 그 날카로운 눈빛에는 ‘어떤 심각한 우려’를 담으며 제게 대답했습니다.
글쎄-저는 무엇보다 2004년 8월에 주한미군 병력 3600명이 이라크로 빠져나갔을때 한국정부의 그 당시 반응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싶네요. 절대로 그런 일 없다고 했다가 한국 국내 신문보고 알았던 것 아닌가요? 사실 저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제 주위 동료기자들이나 군사전문가들 가운데 아무도 놀란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마 제일 놀란 사람은 노무현 정부 아니었을까요?’
노무현 정부는 그런 일 없다고 했는데 주한미군 3600명은 이라크로 떠났습니다. 이번에도 노무현 정부가 강력부인하고 있지만 핼러란씨는 ‘모든 것은 한국정부의 예상이나 부인과는 별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핼러란씨는 한국에서 반미주의나 반미감정을 걱정했습니다. 저는 다만 한국인에게는 반미주의가 아니라 몇가지 사건에 대해 미국에 대해 섭섭함을 지니고 있는 ‘반미감정’은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런 감정은 어느 나라에서 있을 수 있고 가깝기 때문에 더 첨예하고 드러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핼로란씨는 그가 쓴 기고문에서 ‘왜 주한미군은 떠나려 하는가?’하는 이유를 5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우선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쟁 때문에 미군병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 둘째, 미국이 해군과 공군만 지원하면 한국군은 북한의 남침을 막을수 있다는 점, 세 번째는 노무현정권으로 야기된 한국민의 반미감정, 반미정서, 네 번째,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는 무조건 호의를 보이는데 반해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무슨 흠잡을 것 없나는 식으로 마치 적을 대하듯 비판적인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핼러란씨는 미국이 이라크에 들어갈 돈이 워낙 많다는 점입니다.
이 분석은 한마디로 딱 떨어집니다. 최근 미국의 움직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의 전시작전통수권 ‘환수’운운하는 정치적 세몰이를 지켜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안보도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으로서는 ‘마치 적으로 보듯 하는 한국을 위해 돈과 인명을 더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안보문제에 있어 ‘적’은 다름아닌 북한입니다. 그들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가지고 미사일로 ‘동족인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은 동족인 우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답답한 분들도 있지요. 제가 묻겠습니다. ‘그럼 왜 서해교전은 일어났지요? 왜 우리 꽃같은 젊은 군인 6명이 숨졌습니까? 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동족’인 동시에 동시에 분명한 안보상의 ‘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두 번째로는 ‘한국의 능력’입니다. 핼로란기자의 기사 역시 한국에 대해 ‘미국국민 전체가 갖고 있는 감정’이 묻어있습니다. 미국이 해군과 공군만 지원하면 한국은 북한을 무찌를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미국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세미나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또 발사할 것이고 북한은 핵실험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무슨 작통권 환수란 말입니까? 다 좋습니다. 그러나 작통권환수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리즘의 극치이며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무지의 정책’입니다.
과연 노무현정권은 ‘작통권환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단 한마디도 작통권환수를 위해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이것이 ‘민족자존심’ 운운하는 소리만 들었습니다. 안보에 무슨 자존심입니까? 국가의 외교에 있어 ‘좋고 싫고’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중요한 것은 오로지 ‘국익’뿐입니다.
한술 더 떠 송민순 실장은 작통권 단독행사문제를 ‘카풀’에 비유했습니다. 매일 아침 옆집에 사는 같은 회사 동료의 차를 타고 회사에 출근하더라도 ‘내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정부는 그동안 ‘카풀’을 권장하지 않았나요? 이것은 이 나라안보와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일입니다. 차도 카풀하는데 안보야 말로 ‘카풀’을 해야 할 일 아닙니까?
대륙안보의 그 엄청난 비용-미국도 증강이 필요해서 110억을 더 투입하려 한 이 판에 그 엄청난 돈은 어떻게 마련하실 것입니까?
노무현 정부는 대답해야 합니다.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로드맵’을 확실히, 구체적으로 밝히고,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도 상세히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에게 한 가구당 일년에 적게는 경차 한대값부터 많게는 고급수입차 한대값씩을 물을 용의가 있는지를 ‘국민투표’를 통해 물어야 합니다. 왜? 그 돈을 댈 사람은 이 나라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한시적으로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앞으로 겨우 1년4개월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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