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기질(性急氣質)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8-29 2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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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 범(국회의원) {ILINK:1} 도널드 럼즈펠드 美 국방장관은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시기를 오는 2009년으로 명시한 서한을 지난 17일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냈다.

한국 정부의 예상(2012년)보다 3년이나 앞당겨졌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주한미군 주둔비용과 관련한 한국의 부담액(방위비 분담금)을 ‘공정한’(equitable) 수준으로 조정할 것도 요구했다.

미국의 대응은 매우 일관적이다.

‘한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해주라’는 부시 미 대통령의 말에 이어 미 국방장관마저 전시 작통권에 대한 어떠한 ‘미련도 없이’ 현 정부의 ‘조르기’에 신속하게 응수했다. 마치 ‘앓는 이 뺄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응을 우리 정부는 환영할 것인가? 이제 우리는 자주국방을 달성하게 된 것일까?

사실은 정반대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참여정부는 미국의 안보 구상에 철저히 이용당했다.

자주를 외쳤으나, 방위비 분담의 증가로 국민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우고 안보마저 보장받지 못하게 되었다.

미국은 동북아시아는 물론 중동지역까지 담당하는 신속기동군 보유를 원했다.

이를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충당할 곳이 마땅치 않던 미국에게 주일미군 해병대 이전과 주한미군 지상군 축소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따라서 전시 작통권 이양을 통해 미국은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경감과 전략적 유연성 확보라는 두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국이 대국의 입장에서 한국을 자극하지 않고 빠져나갈지를 궁리하던 중 현 정부는 답을 제시해주었다. 미국이 서둘러 해결할 일을 우리 정부가 앞장서 해결해준 셈이다.

이러한 미국의 속내는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기에 앞서 럼즈펠드 장관이 북한에 대해 밝힌 입장에서 입증된다.

럼즈펠드는 북한을 한국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관심이 북한의 위협에만 한정되지 않고 한반도 안보를 뛰어넘어 동아시아 전체에 있으며, 미국의 對 테러전 수행을 위해 한국을 이용하고 싶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평화는 돈을 주고 사야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중세시절부터 작은 시장을 하나 열고자 해도 상인들은 시장을 지켜주는 대가로 기사들에게 돈을 지불해야 했다. 현재 국민이 국방비를 세금으로 내는 것 또한 국민이 평화를 돈으로 사는 현대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평화를 더 싼 값에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는데 자존심을 내세워 더 불안한 평화라는 상품을 더 비싸게 구입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넘겨져 매년 천문학적인 안보비 분담의 증가(한 연구소는 매년 현행 분담금보다 1700억원을 한국 정부가 더 부담하게 될 것으로 계상)로 나타날 것이다.

이 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마련한다고 해도 전시 작통권 환수로 인해 발생할 전력공백을 메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자주, 안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한 가지 있다.

사대외교는 굴욕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한다. 조선이 명에게 조공을 바친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패권 체제에서의 생존전략일 뿐만 아니라, 능동적 실리외교였다는 점이다.

조공 무역에서 이익을 본 것은 중국이 아닌 조선이었다. 조공이 있으면 사대국으로부터의 사여(賜與)가 있었다. 사여품은 조공품보다 많은 것이 원칙이었고 이에 조선은 명나라가 3년 1공(3년에 1번) 조공무역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1년 3공(1년에 3번)을 주장했다.

겉으로 보이는 관계의 비대칭성에 집착해, 그 안에 담긴 실리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말 중요한 건, 실리가 아닐까? 실리의 측면에서 따져보고 득이 되면 작통권을 환수하자. 아니라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외교가 아닐까?

옛말에 ‘성급기질’(性急氣質)이란 말이 있다. 성급한 기질을 가진 이가 있어, 섣달 그믐날 결혼하고서, 정월 초하룻날 2년이 되었어도 아이를 못 낳는다고 성화를 부렸다는 말로, 너무 급하게 처리하는 일은 반드시 실패하니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라는 교훈이 담긴 말이다. 이 시기에 이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우리 정부는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비용을 최소화 해야한다. 시기는 우리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정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국익과 자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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