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전에 있었던 선거과정에서 나는 지역 곳곳을 누비면서 보고 느낀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많은 주민이 구정에 대한 자신의 바람을 얘기하고 때로는 비난이나 질책도 늘어놓는다. 그러나 청소년에 관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노인은 노인복지를, 여성은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는가 하면, 장애인은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고충을 털어놓는다.
어린이를 둔 어머니는 좋은 어린이집에 질높은 보육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청을 한다. 그러나 청소년에 대한 얘기를 꺼내 놓는 사람은 만나보기 어렵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한 서울시 통계 자료를 보면 서울에 사는 10대 인구비율이 12.5%를 차지한다. 당연히 적은 인구도 아니고 일부 계층도 아니다.
이런 구성비에도 청소년에 대한 시책들은 크게 ‘눈에 띄는 게’ 없다. 혹시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공부만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든다. 삶에서 중요한 단계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의 문화와 시설을 어떻게 해야 풀어볼 수 있을까.
첫째, 생각있는 어른이 그들을 대변해야 한다. 청소년은 정부에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말할 줄도 모르고 전달하는 방법도 모르는 취약계층인 셈이다.
따라서 어른이 부모입장에서 그들의 불편한 것이 무엇이고 욕구가 무엇인지를 살펴 전달하고 요구하는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둘째, 청소년이 즐길만한 시설과 문화 등 청소년 인프라구축에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명문대 입학과 같은 입시문제에만 청소년들의 관심을 한정시키려고 한다.
늦은 밤까지 이 학원 저 학원을 오가는 그들이 잠시 책을 접어 두고 그들끼리 어울려 마음껏 끼를 발산할 만한 운동시설이나 문화프로그램이 드물다. 자치센터와 공공시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강좌를 늘리고 청소년 회관 같은 시설에는 어른이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또 의무화된 자원봉사시간을 즐겁고 보람 있게 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셋째, 청소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서울의 25개 자치구의 예산규모로 보면 산술적으로 주민 한 명당 평균 50만원이 조금 넘는 액수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별도로 짜여진 예산은 많다는 구가 청소년 한 명당 1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적은 구는 1500원에 불과하다. 평균 4000원 꼴이다. 이 돈으로 ‘어떻게 그들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이다.
구 재정여건이 어렵고 해야 할 일들도 많지만 챙겨주는 이 없는 청소년에게 구청이 나서고 학교도 나서고 주민도 뜻을 보태야 한다.
청소년을 소홀히 해서는 나라의 장래가 없다. 그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하고 커져가는 몸과 마음에 맞는 문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그러다보니 PC방을 찾고 인터넷 중독에 걸리기도 한다.
밖으로 내몰리는 그들에게 어른들이 공간을 나눠 가져야 한다. 그리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이 도시 전체가 그들에게 꿈을 주고 그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며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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