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본 세계는 이미 FTA 시대라 불려도 틀리지 않다.
각국은 앞 다투어 세계의 큰 시장과 FTA를 추진하거나 진행 중이며, 이미 세계 교역량의 50%는 FTA 체결국 간에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DDA 다자간 협상이 중단된 오늘의 세계에서 자국의 생존을 위해 FTA의 길로 가고 있다. 특히 절대적으로 대외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게 ‘생존의 길’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외 무역의 80% 이상을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한 캐나다 경제 구조로서는 미-캐 FTA는 절대 절명의 국민적 과제였던 것이다.
우리는 미-캐 FTA 협상 대표였고 브라질 대사를 역임인 한 Bill Dymond씨와 미-캐 협상 당시 의회 자문위원이었던 피터 클락(Peter Clark)씨를 만났다.
한 사람은 정부 측에서 다른 사람은 국회 측에서 미-캐 협상을 바라본 사람들이었다.
피터 클락 씨가 훨씬 솔직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당시를 회상한 그들은 “미국에게 우리의 경제를 그대로 노출시켜도 되는가를 끊임없이 되물었으나 결론은 ‘필요하다’였다” 고 하며 100년간 끌어 온 고민의 과정을 털어 놓았다.
이후, 질의 응답할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미-캐 협상 이후 캐나다 사회가 보수화되고, 복지 정책이 후퇴하고, 노동자들의 고용과 일자리가 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진실은 무엇이냐?”
대답은 간단했다
“그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봐서 너무 익숙하다. 대답은 모든 게 사실이 아니다. 단 당시 국가 정책이 후퇴하긴 했다. 그러나 미-캐 협상 때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다른 데에서 찾아야 한다. 연방정부-주정부 간의 예산 배분문제, 비용분담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정책적 문제였다. 미-캐 FTA 와는 상관없다”
클락 씨는 당시의 미-캐 협상은 “경제 교역을 계산하는 협상이 아니라 캐나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FTA협상이었다” 며 한-캐 FTA 역시 당면한 교역, 무역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세계 경제 구조에서 어떻게 주도적으로 국익을 챙길 것인가? 로 봐야 한다” 는 조언을 해 주었다. 협상을 회상해 보면 아쉬운 점은 없냐는 나의 질문에 “미국이 TPA권을 행정부에 부여한 의도와 그와 관련된 정보를 분명히 파악하는게 무척 중요했다”며 한-미 협상에서도 잘 챙기란 조언이 있었다.
가장 관심 있는 만남은 캐나다 국회의원들과 만나는 일이었다.
캐나다 국회는 301명으로 구성된 하원과 112석의 상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날 우리를 맞이한 사람들은 하원의 부의장인 Royal Galipeau, 보수당 하원의원이며 한국인 사회의 연방정부 연락 담당자인 배리 데보린, 한-카 협회장이자 자유당 의원인 Hon. Mac Harb, 통상장관 수석 보좌관 등이었다.
Harb 의원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세계 경제를 매우 왜곡시키고 있다”며 자신은 의원이 되기 전에는 반대론자였고 의원이 되고 나서는 찬성 지원자였다며 “캐나다의 섬유산업이 다 망해갈 듯싶어 반대했으나 결국 지나고 보니 양말 손수건 등을 만드는 공정은 잃고 그 만큼 다른 영역 즉 질 좋은 양복을 만들어 미국시장에 내다 놓을 수 있는 좋은 무역시스템을 갖게 되었다”고 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아직도 FTA에 반대한 의원이 있는가?”
Harb 의원은 “자유당은 한명도 없으나 걱정은 여전히 있다. 99%가 잘되도 1%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반대 당론을 갖고 있는 정당도 있다” 부의장은 “FTA 협정 비준 반대를 정치적으로 선동 한 의원도 있으나 그 의원은 2번씩이나 낙선했다”며 100간의 캐나다 역사에서 보여준 정치와 FTA 관계에서 정치적 승자도 패자도 없는 오직 국익만 있었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부의장은 대담이 끝나고 손수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로 자청하여 국회 이곳저곳을 매우 위트 있게 군 더덕 없이 명료하게 설명하고 안내해 주셨다.
캐나다 상공회의소 부회장인 Shirly-Am George를 만났다.
그녀는 “산업체의 요구로 시작된 FTA 였는데 과정은 매우 어려웠다. 미국은 협상하기 힘든 상대국이었는데 지금은 90%이상이 잘 되고 있다. 세계은행과 WTO 조사에 의하더라도 캐나다는 큰 성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뉴질랜드를 보더라도 타격을 입은 기업체는 반드시 있게 되니 대책을 잘 강구하라” 는 의견과 더불어 서를 권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유익한 FTA 현장 답방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FTA 이상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 못한 정치 현실 특히 반대를 위한 반대의 상황을 보며 숨이 차 올랐다.
올해의 정기국회와 국감이 안개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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