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의 땀과 개성 춤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0-23 19: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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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성 진(한나라당 의원) {ILINK:1} 북한의 핵도발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장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 규탄하고 유엔 헌장 제7장 41조를 원용한 대북 제재결의안 1718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정부도 즉각 유엔 결의안을 환영하고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북한 핵실험 전후를 비교해볼 때 대북정책에 있어 아무런 변화가 없다. 북한의 핵실험이 있은지 열흘이 넘고, 대북제재결의안이 나온지 일주일이 다 되도록 검토만 거듭하고 있다. 지금 국민은 불안하다. 우리 한나라당을 비롯한 애국우파들의 대북 제재 적극 참여 주장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북한의 ‘전쟁불사론’을그대로 받아 “그렇다면 전쟁이라도 하자는거냐?”며 ‘전쟁위협론’으로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 우리의 선택은 단 하나다.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의 실패를 깨끗이 인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모름지기 문제 해결에 있어 기존의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기본 이치다. 그러나 현 정권은 아무런 효과가 없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햇볕ㆍ포용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다. 만약 이를 포기한다면 자신들의 존립근거 자체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측은하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와 국민 전체에 진정으로 이로운 일이 무엇인지를 놓고 심사숙고하여 대처하여야 한다. 이제는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여 강제로라도 외투를 벗기는 일만이 남았음을 우리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대표인 김근태 의장이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방문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열린우리당 내에서조차 신중치 못하다고 비판하고 있음에도 방문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쯤 되면 국민들에게, 우리 한나라당에게 그리고 국제사회에 ‘막 나가자는 것인지’, ‘배 째라는 것인지’ 도무지 헷갈려 알 수 없는 지경이다. 더욱이 북한 여성들과 어울려 춤판까지 벌였다니 그들의 현 상황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김근태 의장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의 대표인가? 북한의 추가 핵실험 징후가 포착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근태 의장의 개성공단 방문은 아무런 도움이되지 않는다. 도리어 북한에는 현 상황을 오판할 수 있게 하고 국제사회에서는 우리가 북한의 핵실험을 옹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근태 의장을 수행하여 개성공단을 방문한 원혜영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이자 정보위원으로서 여타 방문의원들에 비해 더욱 신중한 처신이 필요했다. 북핵 위기로 인한 군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북한 핵도발 이후 연일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군 장병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국방위원이 국정감사를 내팽개치고 개성공단으로 달려갔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게다가 김근태 의장보다도 앞서 제일 먼저 북한 여성들과 어울려 부채까지 들고 춤을 췄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으로서, 국방위원이자 정보위원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혜영 의원의 국가관과 국방위원이자 정보위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북핵 위기 상황에서 군 장병을 격려하는 것과 전 세계가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개성공단 방문 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으니 원혜영의원은 더 이상 국방위원으로서, 정보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따라서 원혜영 의원은 즉각 국방위원직과 정보위원직을 사퇴하고 당 사무총장직에나 전념하는 것이 옳다.

모든 상임위의 국정감사가 중요하겠지만 지금의 북핵위기 상황에서 국방위원의 일거수 일투족은 온 국민과 세계의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오늘 휴전선 최전방의 접적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제1군 사령부 국정감사장에서 군데군데 구멍 뚫린 열린우리당 의석의 주인 잃은 명패를 바라보며 우리 안보의식에도 이와 같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을 갖게 한다. 북한의 핵도발로 촉발된 국가안보 위기 상황에서 ‘적 도발 즉각 격퇴’의지를 다지며 하루 서 너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군 장병들의 이마에 흐르는 굵은 땀방울과 그 시각 북한 여성들과 어울려 춤판을 벌인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모습이 대비되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러한 김근태 의장 일행의 춤판은 우리 68만 군 장병들의 사기를 꺾는 행위이다. 김근태 의장과 원혜영 의원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의원은 개성공단에서 북한 여성과 춤판을 벌이기에 앞서 먼저 우리 군 장병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옳았다.

우리 정치권도 이런 원칙 하에 ‘전쟁론자’ 운운해가며 상대를 비난하고 헐뜯기 보다는 순간의 눈앞에 보이는 당리당략을 버리고 초당적인 협력자세로 국민들을 안심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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