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암과 싸우고 있습니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0-24 18: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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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논 회(열린우리당 의원) {ILINK:1} 모처럼 단비가 내렸습니다. 메말랐던 대지도 적셔주고 지루하게 계속되던 여름 늦더위도 밀어내고 계절을 알리는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국회에 한 해를 정리하는 정기국회가 열려있고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되어 그 어느 때보다 정국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저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있지 못하고 병실에 누워 힘겹게 암과 싸우고 있습니다.

이 어렵고 바쁜 시기에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게 되어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저는 지난 2월말 암 진단 판명을 받고 현재까지 8개월 동안 병마와 싸우고 있습니다. 2월27일 흉막통증으로 입원하여 검사받은 결과 1995년 치료받은 위암이 11년 만에 전이되었다는 진단을 받고 3월3일 흉막유착술 수술을 한 후 10여 차례 입원하여 항암제를 투여하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처음 암 진단 판명을 받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며칠을 고민한 결과 이 병마와 싸워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 뵙는 게 저를 의정단상으로 보내주신 대전 시민들에 대한 도리라 판단하였습니다. 더욱이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국회의석 한 석이 아쉽고 표로 하자면 몇 만표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전 중심에 한나라당 깃발을 꽂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당초 치료를 시작할 때는 다소간 지장은 있었지만 의정활동을 못할 정도로 심하진 않았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면서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였고 항암치료를 잘 마치면 완치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9월 말 다시 흉막유착술을 받고 항암치료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더이상 정기국회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이제는 국민의 대표로서 심부름꾼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용서를 구하고 현재 제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알려드림이 옳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2월 27일 암진단 판명을 받고 나서도 의정활동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맡은 소임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4월 임시국회 때는 당시 국회교육위원으로서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재개정 시도를 막아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임시국회가 끝난 후에는 5.31지방선거의 대전지역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아 우리당 후보들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녔지만 아쉽게 기대한 만큼의 결실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이후에 충청권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대전·충남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 시도지사 후보자들과 함께 모임을 갖고 지역현안 해결과 지역인재 등용 및 향후 차기 대선에서의 범충청권 역할 강화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17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시 행정자치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겨 활동하면서 6월 임시국회 때부터 ‘대전경찰청 분리개청’과 정부의 ‘지방인재채용제 확대’를 경찰청과 행자부를 상대로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요구를 한 결과, 지난 9월27일 대전경찰청 신설이 최종 확정되는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7월과 8월에는 금년 상반기 동안 보좌진들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초중등교육법과 특수교육진흥법·저작권법 등 3개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하였고,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개정안 3건을 성안하여 입법발의 준비 중입니다.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는 행자위 소속 의원으로서 우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선진국형 정부조직 구성 방안에 대해 연구 분석하여 우리 정부가 OECD국가들보다 민생관련 공무원 규모가 현격히 작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광역시도에 대한 감사를 통해서는 지방분권의 실현과 행복도시건설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등 국가균형발전 정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가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준비를 하였으나 건강악화로 국정감사 활동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 처하게 되고 보니,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정치에 문외한이었지만 새로운 정당정치를 실현하고 개혁국회를 세우겠다는 뜨거운 열정과 포부를 가지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하였고, 17대 국회에 정치 초년생으로 초선의원으로 의정단상에 첫발을 내딛어 살맛나는 정치를 실현하고 국민에게 박수 받는 국회를 세우겠다는 기대와 의욕을 갖고 밤낮 가리지 않고 불철주야 뛰었습니다.

17대 국회 전반기 동안 교육위원회 상임위 활동뿐만 아니라, ‘원내부대표’로 ‘국회운영위원’으로, ‘정치개혁특위위원’으로, ‘행정수도건설특위위원’으로 정치개혁에 앞장서고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새벽부터 한 밤중까지 피곤도 모르고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정치개혁·정당개혁·개혁국회의 꿈을 다 이루지 못한 채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여전하고 여야간 대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하지 못하고 이렇듯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어 죄스러운 마음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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