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KBS 정연주 전 사장의 연임은 안 된다는 취지의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가 있었다. 보면서 무슨 말을 해야 될까 점심시간에 많이 생각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1927년 일제시대 대한민국에서 첫 라디오 전파가 발사됐다. 그때 일제암흑시대 우리말은 제2외국어로 방송되었다.
1968년, 나는 문공부 KBS 공채 제1기로 입사했다. 오며가며 해직과 복직을 반복하며 36년 동안 일한 곳이니 저의 청춘을 묻었고, 저의 인생이 그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방송사 사장에 대해서, 어떤 단 한사람에 대해서 127석의 국회의원을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36년간 KBS 방송생활하면서 듣고 본 것은 저사람 무능하다, 간섭이 심하다, 지시가 지나치다, 정치인 누구누구하고 가깝다더라, 이런 말을 들은 사장은 있었지만, 이렇게 KBS사원노조 4300명 중 82.2%가 반대한다는 사장은 정말 처음 봤다.
80년 해직당시 1차 해직 아픔을 딛고 집에 돌아가고 한 달 후 그 해직 지시한 사장이 해직되고 그 지도부가 2, 3차로 해직되었다.
사원들은 그들을 보면서 동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배짱 없음을 한탄하기도 하고, 군부의 서슬 푸른 칼날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 사장을 원망하지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중립성 훼손, 편파방송, 정권방송, 나라의 방송이 아닌 정권의 방송, 코드방송, 그런 이유로 단 한사람을 지탄의 대상으로 삼아서 KBS 방송사 노조 82%가 반대하는 건 정말 처음이다.
KBS인의 자존심과 긍지를 훼손한 사람, 정연주씨가 처음이다.
이 자리에 오신 KBS 임원 여러분께서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실 것이다. 80년 방송 통폐합 그날을 기억하실 것이다. 군부의 칼날에 다니시던 어떤 TV 방송은 문을 닫고, 어떤 라디오 방송도 문을 닫았다. 어떤 프로그램은 없어지기도 하고, 어떤 신문사도 없어졌다. 여러분 다 아픔을 겪으셨을 것이다. 꿈을 갖고 입사해서 다니시던 직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여러분은 길거리로 나앉게 됐을 때, 어느 날 버스에 태워져 KBS 앞마당에 부려진 여러분, 그때 KBS인이 정말 됐나?
기름에 물처럼 떠돌면서 짐짝처럼 부려진 그곳에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KBS인이라는 한 솥의 용광로로써 용해되고 합쳐지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나? 민주화 과정과 함께 극복의 과제도 아픔도 많았다는 것을 여러분도 아시고 저도 알고 있다.
민주화 되었다는 이 시대에 어느 한 사람에 대해서 그 사람만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사장으로는 안 된다, 더는 안 된다는 외침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한나라당의 어떤 의원이 정연주씨가 2002년에 2억원짜리 아파트를 5700만원에 샀다고 신고했다는 부도덕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저도 물론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다. 병역을 기피하고 미국 시민권자가 된 그의 아들이 국산차가 아닌 어코드라는 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니고, 또 외환거래법 위반했다는 등등 시중에 많은 얘기가 있지만 그것을 꼬투리 삼아 얘기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이중성, 그는 이렇게 글을 쓴다.
“가진 자들, 부자들의 잔치가 너무도 요란한 탓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임에도 나누는 삶, 이웃의 고통을 껴안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한 의미에서 장상 총리 인준거부는 특권적 행태를 보이는 인사가 고위직에 갈 수 없다는 좋은 교훈을 주면서 부자들의 잔치에 경종을 울렸다. 어둠을 저주하지 말라. 오히려 그 어둠을 조금이라도 밝히기 위해 촛불 하나를 켜라는 말이 있다. 특권적 행태가 분명 어둠의 자식일진대 이를 거부하는 일은 촛불하나 보다 더 밝은 빛을 밝히는 일이다”이렇게 썼다.
자신은 보호색에 숨고, 남을 찌르는 위장전술, 자신은 고고하다며 남은 무자비하게 매도하는 정연주 전(前)사장, KBS 5500여명 저의 방송동지 후배 여러분이 반대하고 있다. 3년을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의 소리이다. 경험해본 사람들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사회의 사추위 구성 등 절차가 물론 진행되겠지만, 양심을 가진 분이라면 KBS 사원의 실추된 명예, 그리고 중심 잡는 대한민국,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막기 위해 127명 한나라당 의원들이 절대 그 사람만은 안 되겠다는 이 말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
KBS 사장의 연임은 KBS 노조 82.2%가 반대하고 국회의원 127명이 반대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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