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거리 좌우 여러 관아(官衙)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1-19 16: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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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노원구청장)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천도할 천년길지(千年吉地)를 물색해 보라는 명령에 따라 제일 먼저 계룡산의 신도안(新都內)을 찾았을 때다. 그러나 신도안이 도무지 왕도(王都) 조건에 합당하지 못하다며 그 곳을 포기하고 한양으로 떠났다. 무학대사 일행이 지금의 왕십리에 도착하였을 때 우연히 시골 농부를 만났다.

바로 왕십리의 유래(由來)는 여기서 시작된다. 여하튼 그 지명유래(地名由來)를 좀 더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 잠시 답사노트에서 그 정보를 퍼올 터이다.

그 얘기는 무학대사와 한 시골 농부와의 대화로 시작된다.

무학대사가 “음… 여기가 바로 땅이 넓고 강이 흐르니… 과연 새 왕조(王朝)가 뜻을 펼 수 있는 길상지(吉祥地)이로구나”라고 중얼거리고 있을 때다.

그때 소 쟁기로 밭을 갈고 있던 늙은 한 농부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놈의 소는 미련하기가 무학이 같구먼! 왜 똑바로 가지 않고 굽은 길로 돌아가느냐?”

기이(奇異)하게 여긴 무학대사가 그 농부한테 물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요?”

그 대꾸가 걸작이었다.

“글쎄… 뭐! 세상 소문에 새 왕이 천도를 한답시고 소동(騷動)을 벌이는데… 무학이라는 중놈을 시켜 길지(吉地)를 찾고 있다나… 그런데 정작 명당터는 멀쩡하게 놔두고… 엉뚱한 데서 헤매고 있거든… 그러니 얼마나 미련한 중놈인가!”

이에 무학대사가 그러면 “명당터가 어디지요?”라고 묻자 그 노인은 “여기서 10리 길을 더 가봐요!”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무학대사는 그 노인의 말을 이상하게 여기고 그곳에서 십리길을 더 갔다. 그랬더니 북한산, 인왕산, 남산, 낙산 등이 사방으로 에워싼 군계포란형(群鷄抱卵形)의 분지(盆地)가 나왔는데 그곳이 바로 천하의 명당 한양 이었다. 그런 연유에서 무학대사와 노인이 대화를 나눴던 그곳이 ‘왕십리(往十里)’의 유래가 된거다.

다음으로 우리가 답사 행로(行路)로 잡은 곳은 광화문 밖 육조거리이다. 경복궁의 광화문 전면부에는 당대 조정의 정치 행정을 관장하는 육조관서(六曹官署)가 일명 ‘주작(朱雀)’거리에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더욱 못마땅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고귀한 벼슬을 제수 받아 조석(朝夕)으로 광화문 거리를 내왕하는 세종로 권세가(權勢家)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교수님! 육조(六曹)거리가 어떻게 배열되었나요?”

내가 대뜸 노교수에게 그렇게 청문을 하였더니 아주 열강을 해댔다.

“광화문 좌우편(左右便)에는 여러 관청(官廳)이 나란히 있었지요! 서측으로는 예조-중추부-사헌부-병조-형조-공조… 동측으로는 의정부-이조-한성부-호조-기로소-포도청… 등이 나란히 있었지요! 그러나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에 도로를 확장한다며 그걸 모두 헐었지요.”

하여튼 그 영감은 “일본 놈이 헐어버렸다”고 몇 번씩이나 목청을 높였지만 그래도 괜한 반일감정 따위는 극히 자제했다. 정말로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불탄 것을 생각하면 그 범죄를 결코 용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일본을 극복할 수는 없는 거다.

더욱 대일관계가 무슨 현안 사건으로 악화될 때 마다 일부 선동가들은 으레 “왜놈! 물러가라”라는 호전적 구호를 외쳐대는데 과연 그것이 일본을 이기는 지혜일까?

일본을 진정으로 극복하려면 그런 값싼 민족주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될 거다. 오히려 국민의 역량을 경제·국방·문화 등 각 분야에 생산적으로 쏟아 부을 때 비로소 일본을 이기는 걸 거다.

광화문 언저리에 일본 고등학교 수학여행단으로 보이는 한 무리가 나타났는데 그 때 한 괴청년(怪靑年)이 이렇게 고함을 질러 댔다.

“저놈들… 왜놈들 아냐? 저놈들이 경복궁을 다 헐어 버렸잖아.”

그러자 동행한 영감은 매우 듣기가 못마땅했는지 그 청년에게 호통을 쳤다.

“그런 욕설은 옹졸하고 편협한 짓이야. 나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지. 왜 찾아온 손님을 쫓지!”

그러자 인솔책임자인 듯한 자가 학생들을 데리고 황급히 피해 버리는 게 아닌가! 여하튼 그 영감은 “극일(克日)의 지혜는 아직 멀었구나!”하며 속상해 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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