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회루 건축이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1-24 15: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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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노원구청장) 도대체 경회루 연못에 무슨 뜻이라도 있나요?

“선생께서는 소위 천원지방사상(天圓地方思想)이란 말을 알거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동양의 숭천(崇天)사상이나 지모(地母)사상과 결합한 것일 거요… 그런 우주관을 궁궐건축에 도입한 거지요… 모름지기 치세(治世)의 도리는 천지(天地)의 이치에 맞아야 한다는 거지요.”

사실 천원지방의 원리는 우리나라 궁궐건축의 기본 골격이다.

창덕궁의 부용정(芙蓉亭)이 그렇고 종묘의 인공연못도 그러하다. 고산(孤山) 윤선도의 해남 녹우당(綠雨堂) 연못도 그걸 본떴고 태극기 문양(紋樣)도 그 사상에 기인한거다.

경회루의 둘째 화두는 연못 설화(說話)에서 발견할 수 있다.

“몇 년 전 경회루 연못을 수리했지요… 그때 오조룡(五爪龍)이 뻘 속에서 나왔고 삼벌교 석수(石獸)는 ‘불가사리’라고 확인됐어요… 당시 그 발견은 엄청나게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연못에 왜 그런 것을 설치했는지를 알아보는 걸 거다.

그러나 이 천학은 그 이유를 건강하게 설명할 아무런 증거자료가 없다. “실존(實存)하는 동물이나 고기인지 아니면 식물인지 그냥 상상의 영물(靈物)인지….”

따라서 이 천학이 보유한 궁궐정보로는 그 이유를 해명하기가 버겁다. 그러나 몇 몇 민속학자들에 대한 탐문은 이 천학이 소위 ‘화마론(火魔論)’에서 그 해명을 구할 수 있게 해줬다.

“경복궁(景福宮)은 그 배향(背向)이 화기물(火氣物)과 서로 마주치고 있어요… 곧장 관악산을 쳐다보고 있으니까요… 그 산은 골산(骨山)이라 거의 육기(肉氣)가 없어 척박하고 건조하여 늘상 열기(熱氣)를 뿜어내지요… 그래서 경복궁은 마냥 화기에 노출되어 있어요.”

사실 경복궁의 화재역사를 보면 그 횟수가 엄청나다. 고종 때 궁궐의 대형 화재사건은 당시 얼마나 화마(火魔)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다.

“고종 3년(1866년) 3월 동십자각 소실, 고종 13년(1876년) 11월 교태전 등 830여칸 소실, 고종 14년(1877년) 이후 강녕전, 교태전, 창덕궁, 경희궁 등 화재, 고종 25년(1888년)에는 승정원에서 불이나 승정원일기 361권 소실 등등….”

“용(龍)은 마법의 전지전능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비바람을 일게 하는 권세로부터 하늘과 땅을 소통하는 능력까지… 아무리 화마가 들이닥쳐도 그 불을 끌 수 있지요… 전설에는 용이 불을 뿜기도 하지요… 불가살(不可殺)이는 불귀신 화마(火魔)를 먹어치우는 능력이 있다고 옛날부터 전하지요… 그러나 거기에는 다른 야설(野說)도 있어요… 그 놈은 쇠먹성이 왕성하다는 거지요… 그래서 설사 누가 쇠창·쇠칼을 궁궐에 던진다 해도 그걸 다 먹어치운다는 거지요.”

여하튼 경회루 청동룡(靑銅龍)과 불가사리는 아무리 해석을 해봐도 결론은 불 재앙을 막기 위한 것으로 귀착된다.
경회루의 셋째 화두로 그 누각(樓閣)에 무슨 언동이 있는가를 찾아야 한다. 건축의 주제 설정은 물론 건축기둥과 바닥 그리고 문양(紋樣) 같은 물리적인 것과 함께 그 곳의 유가학적(儒家學的) 메시지(Message)까지….

그러나 관계당국은 관리상 이유를 들어 일반 답사객들에게는 그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렇지만 경회루의 건축미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그 누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정말 난감했다. 부득이 경복궁 관리사무소를 찾아 담당 큐레이터와 면담을 했다.

“큐레이터 선생님! 저는 사학을 전공하는 학생이고… 저분은 저희 지도교수님이지요… 학술조사차 여길 왔는데 경회루를 보고 싶어요.”

“이 누각을 들어가는 데는 3벌의 문(門)과 석교(石橋)가 있지요… 좌측 석교는 자시문(資始門)과 일교(日橋:해다리), 중간은 함홍문(含弘門)과 월교(月橋:달다리) 그리고 우측 교량은 이견문(利見門)과 성교(星橋:별다리)라고 불러요.”

여기서 그중 어느 교량이 어교(御橋)일까요?

“사람들은 중간 다리일거라고 생각할 텐데 그러하지 않아요… 왼쪽 일교(日橋)가 어교(御橋)이지요… 임금을 태양으로 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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