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참을성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3-05 16: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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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한나라당 노원병위원장 {ILINK:1} 한 나라나 민족이 강대해지는 데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은 이를테면 지리적 조건이나 기후, 문화적 배경, 신앙 등도 있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한 위대한 인간의 지도력을 배제할 수 없다. 칭기즈칸이 없었다면 초원의 몽골 민족이 아시아와 유럽을 휩쓸며 세계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나폴레옹이 없었다면 오늘의 프랑스가 존재했을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없었다면 섬나라 일본의 오늘이 있었을까.
전쟁은 영웅을 낳고 영웅은 역사 발전의 수레바퀴를 굴린다. 굳이 전쟁 예찬론자나 영웅 숭배론자 아니더라도 한 특출한 인간이 당대 민중의 생각과 힘을 모아 세상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은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보아온 일이다.

일본을 발전시킨 동력도 전쟁이었다. 그 결정적인 전쟁이 1600년에 벌어진 세끼하가라 전투, 그리고 막부정치를 마감하는 20세기의 혼란 속에서 벌어진 보신 전쟁과 자본주의와 과학 기술 그리고 제국주의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태평양 전쟁의 세 번의 큰 전쟁을 통하여 일본은 세계적인 강국으로 성장해 왔다.

바로 가마쿠라 막부, 무로마치 막부에 이어 제3의 막부인 에도 막부를 개설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천하 쟁패가 그 효시를 이룬다. 그러므로 일본을 알기 위해서는 도쿠가와를 아는 것이 첫 관문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 이후 일본은 다시 내전의 혼란 속에 빠져들었는데, 권력의 향방을 가름하는 결정적인 전투가 세키하가라 전투였다. 일본의 무사단이 동서로 양분하여 대결전을 치른 곳이 지리적으로 동부와 서부를 가르는 경계지역인 세키하가라.

이곳에서의 전투에서 승리한 동부 출신의 도쿠가와는 서부 다이묘들로 이루어진 반대세력을 압도하고 다시 한 번 통일 정권을 이룩한다. 일본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는 말할 필요 없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그러나 도쿠가와를 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앞의 쇼군(將軍)이었던 두 사람, 즉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거명하지 않을 수 없다. 도쿠가와 막부를 열기까지 일본 통일을 위해 벌였던 각축 전쟁의 과정을 설명하자면 이들의 이름을 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들 3인의 ‘장군’들이 마치 한 인간의 특성을 골고루 나누어 지닌 것처럼 각자 독특한 특징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대조되는 성격과 지도력의 표본을 보는 것 같은 재미와 교훈을 주는 것이 이들 3인의 개성이다. 이들이 일본 안에서는 물론이고 나라 밖에서도 가끔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도 그런 ‘개성과 지도력’의 뚜렷한 대비현상 때문일 것이다.
세 사람의 성격과 이에 바탕한 지휘 스타일을 비교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새장에 있는 새가 울지 않는다. 이럴 때 3인의 쇼군들은 각각 이렇게 사태를 해결한다.
먼저 오다 노부나가는 ‘당장 새의 목을 쳐라.’ 하고 명령한다. 실제로 이런 일을 당하면 오다는 새의 목뿐 아니라 인간의 목도 쉽게 떼어버릴 만큼 성질이 급했다.

다음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는 ‘새를 잘 달래고 구슬려서 울도록 해보라.’고 명령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오다의 가신이었을 때 주군의 신발을 가슴에 품어 따뜻하게 데운 후 내놓았다는 실화가 전한다. 그런 도요토미 히데요시였으므로 울지 않는 새를 달래고 구슬려 어떻게 하든 울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부하들이나 경쟁 상대인 다이묘들을 포섭하고 관리하는 스타일도 그와 같았다.

마지막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리라.’고 명령한다. 인내(忍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좌우명이자 체질이었다. 일본 근대화의 새벽을 열기 직전까지 일본을 지배했던 도쿠가와 막부의 탄생이 있기까지에는 강력한 힘이 받치고 있었으니 그 힘은 바로 ‘인내’라는 덕목이었다.

무서운 참을성으로 기회를 기다리고 일단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붙잡는 용기가 있었다. 오다의 망나니 같은 급한 성질도, 도요토미의 간교한 지략도 아닌, 인내와 용기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통일 일본의 권력을 손에 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처럼 전국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막부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지도력과 개성은 소설적인 상상력을 가미하여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신화적 인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의 책략과 지모는 정치는 물론이고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귀중한 교본으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의 이합집산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계절이 되면 ‘참을성이 없어’ 신세를 망치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걸핏하면 당을 버리고 철새처럼 떠도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권력의 환상에 젖고 인기라는 덧없는 덫에 걸려 후보 경선에 불복하고 대선에 출마했다가 잊혀진 인물이 된 ‘삼류 지도자’들도 많다. 참을성도 없고 인생을 길게 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릇이 되지 않았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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