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 안방극장에 이어 19일 개봉한 영화 ‘회초리’(감독 박광우)로 스크린 점령에까지 나선 ‘두열’ 안내상(47)이 ‘송이’를 열연한 진지희(12)를 격찬했다.
안내상은 “처음 단독 주연을 맡았는데 사실 앞에서 달려가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누가 앞장서서 달려가면 도와주고, 물도 떠다 주는 것이 제게 맞거든요”라고 겸손해 하면서 “‘회초리’에서 처음 그런 부담스런 역할을 하게 됐는데 파트너가 지희여서 너무 편하게 제 몫을 할 수 있었어요. 지희를 만난 게 어쩌면 제게 복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회초리’에서 안내상은 아내가 핏덩이 딸을 남기고 죽은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아내의 죽음 앞에 자포자기,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 출신 삼류건달 ‘도열’로 나온다. 보호감호 처분을 받아 입소하게 된 강원 철원 전통예절원의 어린 훈장 ‘송이’는 정해진 기간만 채우고 떠나려고 했던 그에게 자꾸만 ‘바른 생활’을 요구한다.
아이가 어른스럽게 구는 것이 못마땅했던 두열은 더욱 비뚤어지게 행동한다. 송이를 때리기도 하고, 내팽개치기도 하며, 심지어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해댄다.
“정말 미안했죠. 촬영 전에 양해를 구했고, 리허설도 했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니 그때부터는 인간이 아니죠. 막 하는데도 지희가 지혜롭게 그런 것들을 잘 받아들이고…. 배우로서 존재해주더군요. 지희 덕분에 너무 너무 편하게 연기했습니다. 뭘 해도 사적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니까요.”
안내상의 진지희 칭찬은 끝이 없다.
“정말 대단했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감정을 잡는다고 감정을 끌어 올리는데 그건 모든 배우들이 배워야겠다 생각될 정도였어요. 집중력도 뛰어난 데다 감정도 넘치지도 않고 딱 맞는 정도로 끌어올리는 거에요. 그걸 보는데 천부적인 배우구나 싶더군요”라며 “어린 게 아까울 정도였어요”라고 호평했다.
반면, 연기력보다 스타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부 연기자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 지희만큼 표현력이 풍부한 배우는 별로 없다고 생각될 정도에요. 지희만 해도 표정 같은 것들이 막 살아 움직이는데 요즘 성인배우들 중에는 표정 몇 가지만 갖고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어 안타깝죠. 어느 날 소리를 줄여놓고 TV를 본 적 있는데 너무 심심하고 재미가 없더군요. 그때의 표정들은 살아있는 모습이 아니라 뭔가 기계적인 것들이더군요.”
안내상도 혀를 내두른 진지희도 어린이는 어린이였다. 두열이 아내가 남긴 일기장을 훔쳐 본 동료 학동을 폭행한 죄로 스승인 송이와 서로 회초리를 때리며 꾸짖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두열과 송이가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대목을 찍을 때였다.
안내상은 “종아리를 진짜 때리는 신이었는데 감독님이 사운드가 중요하다고 해서 사운드 있게 팍팍 때렸어요. 네 대 가량 때렸는데 얼마나 아팠겠어요. 정말 울더군요. 연기가 아니라 정말 아파서 우는 것이었어요. 그때는 진짜 어린 아이더군요”라면서 “아파서 목침에서 정말 내려 오고 싶었을텐데 카메라가 돌고 있으니 내려올 수도 없고…. 꾹 참고 견뎌내더군요. 미안했죠. 어머니도 지켜보고 계신데…. 커트가 난 뒤 지희를 토닥여 주고, 어머니께도 계속 죄송하다고 했습니다”라고 돌아봤다.
진지희에게 너무 미안했던 안내상은 두열이 회초리를 맞는 장면에서 기꺼이 맞기를 자청했다.
“지희한테 너무 미안해서 지희가 단독으로 찍을 때는 제가 목침에 올라갈 필요가 없었는데도 지희한테 ‘아빠 안 아프니까 직접 때리면서 감정을 잡아’라고 했어요. 그런데 회초리란 게 정말 맵거든요. 카메라는 돌아가죠. 너무 아픈데 아프다고 소리 지르면 NG가 나고요. 호흡을 꾹 참고 참았어요. 지희는 사운드도 좋겠다, 감정도 잘 잡혔겠다, 눈물 뚝뚝 흘리면서 때리더군요. 제가 때린 것에 대해 몸으로 회개했죠. 감독님이 짓궂어서 그냥 놔둬서 한 10대 맞은 것 같아요. 그래도 추억 하나 만들고 싶어서 회초리 신만큼은 잘 찍고 싶었는데 지희도 고생하고 저도 힘들었는데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안내상은 진지희가 아역 징크스를 깨고 대성할 것이는 예상은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장담하건대 8년만 기다리면 지희가 우리나라 영화, 방송계의 퀄리티를 연기력으로 높여줄 겁니다”라면서 “지희가 예쁘기도 하지만 성장하면 내공만으로도 가능할 겁니다. 지희만큼 표현력이 풍부한 배우는 많지 않거든요”라고 내다 봤다.
더불어 진지희가 좋은 연기자로 성장하는데 좋은 회초리가 되줄 것을 약속했다.
“회초리는 맞는 사람도 아프지만 때리는 사람도 아픕니다. 바로 애정이 존재해서 더욱 아픈 겁니다. ‘회초리’라는 영화로 지희와 인연을 맺었으니 지희가 좋은 연기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늘 회초리같은 아빠가 돼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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