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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영상 어우러진 아름다운 이미지의 향연
몽환적 음악ㆍ특수효과로 연극적 감동 극대화
[시민일보]전쟁의 파편, 형무소 감옥, 도시의 쇼윈도, 복잡한 현대인의 일상, 어머니의 노래 등 수많은 이미지들이 강렬한 메시지를 내뿜으며 관객들의 가슴으로 다가온다.
서울 서대문의 역사·문화의 상징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테마와 소재로 한 이미지연극 ‘경멸에 대한 경멸(부제: 박제된 영웅)’이 16일부터 19일까지 서대문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초연된다.
서대문구도시관리공단(이사장 정일택) 산하 서대문문화회관과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공동제작한 이 연극은 대사가 빠지는 대신에 미술적이고 조형적인 이미지의 감각적 인상을 활성화시켜 관객들에게 자유롭게 상상하고 감동할 수 있게 하는 이미지연극으로, 서울예술대 임도완 교수가 연극연출을 맡았다.
특히 이 작품은 독립과 민주의 100년 역사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형무소 박물관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배경으로 서대문형무소 시대의 일제 독립운동과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으로 갇힌 망자(亡子)와 그 미망인의 심리적 대립 관계를 주요 구도로 설정, 권력에 허물어져가는 인간 군상을 형상화한 작품이어서 눈길을 끈다.
▲조형적 이미지로 감각적 인상 활성화
이 연극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드라마 위주의 기존 이야기 전개 방식을 벗어버리고 시종일관 무대 뒤의 스크린 특수효과와 조명 및 음향효과의 극대화를 통해 ‘이미지 연극’이라는 새로운 연극양식 창조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즉 대사가 빠지는 대신에 미술적이고 조형적인 이미지의 감각적 인상을 활성화시켜 관객의 상상력을 더 크게 자극해 연극적 감동의 동기를 자유롭게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놉시스(synopsis)-서로를 조종하고 감시하는 세상
막이 오르면 거대한 빌딩 숲이 비치는 쇼윈도 안에서 세련된 옷차림의 사람들이 디스플레이 돼 있다.
그들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서로에 의해 조종되고 춤추며 움직인다. 억압되고 눌려 있는 그들은 마치 인형처럼 상자 속에 질식되어 신음하지만 아픔을 느끼지는 못한다. 거기에는 식민지 압제와 독재 권력을 ‘경멸’하는 은밀한 풍자가 숨어 있다.
먼 곳으로부터 열차가 지나가고 아기를 업은 여인의 보따리 안에는 차디찬 감옥에서 혼자 가버린 남편에 대한 그리움의 조각이 들어 있다. 철창 닫히는 소리가 메아리치고, 허수아비 같은 망자(죄수)를 감시하는 간수는 그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감시한다.
처벌과 재교육을 통해 길들여진 그들은 점차 벌레처럼 변신한다. 그 사이를 최첨단 군장을 한 그러나 빛바래고 찢기고 때 묻고 지친 병사가 죽은 시신들과 참수된 머리들이 담긴 용수를 한보따리 끌고 들어온다.
▲감상 포인트(View Point)- 사진첩 같은 무대 위의 미장셴
이러한 비극적이고 나른한 장면들이 무대 위에서 영상과 빛, 음악과 움직임의 요소들이 복합적인 무대로 연출된다.
조명의 다양한 기법으로 막혀있는 공간이 투명하게 열리는 신비로운 무대 등 영상과 빛, 음악과 움직임이 어우러진 복합무대 연출과 서로가 서로를 조종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은 무용같이 아름다운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초월적이고 신비적인 음악으로 유명한 에스토니아의 현대음악 작곡가인 아르보 패르트(Arvo Part)의 음악들이 극의 전반에 흐르고 있어 공연과 함께 천재음악가의 음악까지 접해볼 수 있다.
쇼윈도, 형무소 등 시시각각 변신하는 무대장치도 관점 포인트다.
캡슐 같이 거대한 구조물들은 막혀 있는 벽이 되었다가, 안이 비치는 투명한 쇼윈도가 되었다가, 그리고 형무소가 되기도 하는 등 카프카처럼 다양하게 변신하며 무대 위의 시각적, 청각적 재미를 한껏 더해준다.
▲강렬한 이미지ㆍ음악들… 깊이있는 호소력
TV와 영화에서 익히 봐왔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이 한 편의 연극으로 관객들은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연극에 대한 생각은 더 큰 상상력으로 열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보다 쉽게 그리고 강렬한 이미지로 관객의 눈과 귀에 어필하는 장면과 장면, 음악과 음악들이 관객들에게 무겁게, 그러나 깊이있게 호소하기 때문이다.
움직임의 건축적 심상을 무대 위의 새로운 언어로 창조해온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서대문문화회관과 함께 2011년 신작으로 세상에 내놓는 연극 ‘경멸에 대한 경멸(부제: 박제 된 영웅’이 움직임과 영상, 색채와 음악이 어우러진 새 이미지의 향연을 펼쳐낸다.
최민경 기자 wowo@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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