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정 오르니 별빛처럼 펼쳐진 서울야경

이나래 / / 기사승인 : 2012-02-23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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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봄이 오고 있다. 겨우내 언 땅이 풀리는 걸 발끝에서 느낀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그런대로 걷기 좋은 날씨다.
웅크렸던 몸을 슬슬 움직이고 싶은 어르신들도, 풀려가는 날씨에 퇴근길 두 다리가 근질근질한 활동파 직장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명소가 있으니, 서울 종로구 낙산(駱山) 성곽길이다.
고즈넉하고 완만한 성곽길은 심지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여기서 보는 서울 야경이 그렇게 예쁘단다. 걷기도 하고, 야경도 보고. 늦은 저녁, <시민일보>가 낙산을 직접 찾아가봤다.
◆동대문역~낙산공원 (1.2km)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2번 출구. 동대문 쪽에서 시작하는 낙산공원 산책의 시작점이다. 출구를 나와 100여미터를 걸으면 ‘낙산공원 1.2km'라고 쓰인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이 알려주는 대로 길을 꺾으니 붕어빵 포차가 있고 그 뒤로는 골목길이다. 현재 시각 오후 7시. 오르막으로 뻗은 골목길은 어둡고, 사람도 별로 안 다닌다.
걷자마자 왼쪽으로 벌써 낙산 성곽을 끼고 있다. 주황 조명이 바닥에서 성곽을 올려 비춘다. 성곽을 따라 난 산책길은 오르막길이다. 숨이 조금 차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춥다고 해도 사람은커녕 고양이 한 마리 안 지나간다. 한밤의 낙산행을 슬쩍 후회하고 싶다. 그래도 그냥 걷는다.
낙산 성곽에는 암문이 세 개 있다. 암문(暗門) 하나를 지나쳤다. 기자는 고즈넉한 성곽 바깥길을 조금 더 밟고 싶었다. 오르막이 조금 더 가팔라졌을 때 두 번째 암문이 나타났다. 암문으로 들어섰다. 들어서니 시멘트로 바른 골목길과 살림집들이 태연하게 자리잡고 있다. 낯선 방문객의 냄새를 맡았는지 개들이 여기저기서 짖어댄다. 아무도 안 지나가기는 여기도 마찬가지다. 사방이 문득 춥기까지 하다.
야경이고 뭐고 낮에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마음 그득하다. 그래도 그냥 더 걸어 올라가본다. 왼쪽에 끼고 걷던 집들의 지붕이 점차 낮아지고 시야가 트이는가 싶더니……남산 N타워가 멀리 보인다! 그리고 펼쳐진, 도시 전체에 소금처럼 흩뿌린 불빛들. 빛들의 명멸 너머로 보이는 남산, 인왕산, 안산, 북한산.
◆ 낙산 야경 제1포인트는 낙산정
낙산 광장으로 가는 길에 낙산정을 만나게 된다.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야경, 참 벅차다. 서울 ‘안’에서는 어디나 시야가 가로막혀 있었다는 걸 여기 오면 알 수 있다. 그만큼 아무 것에도 막힘없이 서울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다. 서울이 도시이기 이전에 500년 조선의 도읍이었다는 걸 여기서 깨달을 수 있다. 여기서 보는 서울은 참 명당이다.
정자 부근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기자는 아래쪽 길로 걸어가다 중간에서 계단을 올라 위로 올라가는 쪽을 택했다. 그러자 제1광장이 나온다. 아무도 없나 싶더니 여기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 개를 데리고 걷는 남자, 벤치에 앉아 까르륵 웃어대는 연인, 저녁 먹고 산책 나왔음직한 중년 부부, 운동기구에 앉아 열심히 운동 중인 노인.

제1광장에서는 남산N타워와 종로 5, 6가 뿐 아니라 성곽 반대편으로 한성대학교도 바로 내려다보인다. 성곽 오른편은 도심 시가지인 N타워 쪽과는 달리 주택가라 빛조차도 차분하게 느껴진다. 잠든 듯 조용하기까지 하다.
◆낙산 방문 팁
낙산성곽길과 낙산공원을 천천히 걷기만 하면서 다 둘러보는 데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낙산 성곽길은 물론 잘 닦여 있지만 밤에는 어두운 편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낙산은 ‘산’이라는 거다. 더군다나 정상은 사방이 훤히 뚫려 있어 겨울엔 바람이 매우 차다. 막연히 “야경 봐야지”하고 기자처럼 무턱대고 올라갔다간 저체온증 비슷한 것에 시달릴 수 있으니 따뜻하게 입고, 신발도 편한 걸로 신고 올라가길 바란다. 아, 그리고 낙산에서는 별도 잘 보인다! 야경 실컷 봤으면 고개 들어 하늘에 박힌 진짜 ‘별들’도 올려다보길. 쌍안경이라도 가져간다면 예쁜 별들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겠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1, 4호선 동대문역 2번 출구 직진 100m →동대문교회 골목길에서 우회전 후 성곽길 따라 직진→낙산정→낙산 공원
이나래 기자 wng1225@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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