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시민일보] 서울 성북구가 지역 주민들이 성별, 나이, 종교 등에 차별을 두지 않고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인권' 증진과 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제고코자 운영하고 있는 '주민인권학교'에 다양한 연령층의 이색 수강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눈길을 끌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박미르 어린이와 그의 엄마 아빠, 세무공무원 최 모씨(47세ㆍ남),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김 모씨(53세ㆍ여), 최고령 참여자인 문 모씨(75세ㆍ여).
이들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면면을 지니고 있지만 성북구에서 운영하는 주민인권학교에 다니며 함께 인권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는 한 교실 급우다.
성북구(구청장 김영배)의 주민인권교실은 올해 4∼5월 1기에 이어 ‘인권, 나와 이웃을 위해’라는 주제 아래 성북구청 내 미래기획실에서 2기 과정(9.4∼10.16)이 진행 중인데, 주 1회(화요일 저녁 7∼9시, 10.2 휴강) 6주간 진행되는 짧지 않은 교육임에도 참여자 68명이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갈수록 수강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강사진도 다양해 이러한 학습 열기를 북돋우고 있는데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소설가 서해성 씨, 배우 권해효 씨,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원장, 이지상 성공회대 교수 겸 가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등이 강의를 맡았다.
특히 18일에는 ‘나ㆍ가정ㆍ사회의 평화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배우 권해효 씨가 강의를 진행해 눈길을 모았는데, 평소 재일조선인과 일본군위안부할머니, 여성, 청소년 등의 인권증진을 위한 일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권 씨는 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갖고 관련 행사나 후원에 참여해줄 것을 수강생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구청 관계자는 ‘인권’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어려운 것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나와 우리의 삶의 이야기’라며, 특히 강사진들이 실제 자신들이 겪은 생생한 이야기 위주로 강의를 진행해 학습열기가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또 한 교실에서 13살 어린이부터 75세 할머니까지 같이 공부할 수 있고 또 동창생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인권이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생활 속 이야기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주민인권학교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성북구는 주민인권학교 운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 인권위원회 구성을 위해 지난 8월부터 위원 추천과 공개모집을 실시했는데 오는 9월 26일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인권위원회가 출범한다.
다음은 인권학교 수강생들의 간단한 사레들을 몇 가지 소개해본다.
▶최연소 수강생인 박미르 어린이 가족
최연소 수강생인 박미르(안암초 6) 어린이는 매주 부모와 함께 인권학교에 나오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는데, “인권강의 후 성북천을 걸으며 배운 내용을 나누고 어려웠던 부분은 엄마아빠로부터 다시 설명도 듣는다”며 “인권을 양으로 비교할 것이 아니라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또 “어렸을 때부터 인권을 바로 안다면 더욱 멋지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무공무원 최○○ 씨(47세ㆍ남)
평소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장애인가족을 돌보며 인권과 사회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세무공무원 최 모씨는 ‘공무원은 인권옹호자’라는 성북구의 인식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법집행 시 납세자의 재산 및 인권 침해와 과세불공평 사례는 없는지, 이번 인권 강의를 수강하면서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부 수강생 남○○ 씨(32세ㆍ남)와 표○○ 씨(33세ㆍ여)
각각 이주민지원단체와 장애인활동단체에서 활동 중인 부부 수강생 남 모씨와 표 모씨는 "지속적인 인권교육이 진정한 인권도시 구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성북구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 운영하는 김○○ 씨(53세ㆍ여)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주민 인권학교라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며 "앞으로 아이들과 교사를 위한 인권캠프도 운영하는 등 성북구가 인권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1기에 이어 2기에도 참여 중인 김○○ 씨(32세ㆍ여)
올해 4∼5월 진행된 1기에 이어 이번 2기 과정도 수강하고 있는 조 모씨는 "인권학교를 통해 작은 공동체를 접하고 수강자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어 좋다"며, "인권이 멀고 거창한 게 아닌, 모든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끼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인권에 관심이 있는 주민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매우 인권적이라며 성북구가 현대 도시생활에 맞는 인권 행정을 펼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진용준 기자 jyi@siminilbo.co.kr
사진설명= 서울 성북구가 운영하는 '주민인권학교'에 다양한 연령층의 이색 수강자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어 화제다. 사진은 13세 어린이부터 75세 할머니까지 인권학교에 참가한 다양한 수강생들이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