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제품이 가격은 저렴한 반면, 품질 수준은 높습니다. 원화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의 거래선 변경은 당연한 선택입니다.”
아베노믹스의 공격적인 돈 폭탄 투하가 결국 우리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모양새다. 지난달 원·엔 환율 1100원선이 붕괴되면서 원화강세는 이미 현실화된 상황. 2009년 9월 리먼사태와 비교될 정도다.
거래선 변경을 검토하거나 협상을 진행중인 바이어도 많다. 대부분이 중국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무엇보다 ‘싼 값 대비 높은 품질’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군델(Gundel)사도 중국으로의 거래선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이 가격은 점점 저렴해지는 반면, 품질은 향상되고 있다”며 “납품일과 운송 기간 또한 우리의 의견을 많이 수용해주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A직물(수입상)도 최근 한국기업들로부터 가격인상을 요구 받으면서 중국으로의 거래선 변경에 마음을 굳힌 상황이다.
“한국 거래선들로부터 10~30% 가격인상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산과 중국산의 가격차가 무려 30~50% 수준까지 확대됩니다. 1~5%는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렵습니다.아무리 원화강세라지만 한국 거래선에서 마진도 남지 않는 수준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회사 관계자가 거래선 변경을 검토하는 이유다. 당초 계약서에도 ‘환율변동에 따라 공급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미 중국으로 거래선을 변경한 업체도 있었다.
남아공의 에스데로젠스(Sderosens)사는 중국산에 대해 “관세와 제품가가 저렴하고 그런대로 품질도 괜찮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뉴시스가 코트라에 의뢰해 지난달 21~27일 9개국 해외 바이어 45개사를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26.7%(12개사)가 거래선 변경을 검토하거나 이미 다른 나라와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 자동차 부품을 수입하는 대만의 K사는 수입 중단마저 고려하고 있다.
K사 관계자는 “최근 한국의 원화절상으로 대부분의 거래선에서 가격인상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내려갈 경우 중국산 모조부품 수입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진을 남기기 힘들면 수입 중단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으로 거래선을 변경한 바이어도 있다.
두바이의 인보그 인터내셔널 그룹(Invogue International Group)은 “한국산의 가격경쟁력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원화강세가 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보다 값이 싸고 품질 좋은 일본산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고-엔저 현상이 올해 이후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은 통상 약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발생하지만, 실제로 현재 해외시장에서는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며 무엇보다 “아베노믹스의 공격적인 엔저 정책이 우리 기업에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기간 또한 “2년 이상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라며 “원고엔저 국면에 대한 대응은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근복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내 수출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환 변동 보험가입 등 환 헤지 노력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파워 향상, 수출시장 다변화 등 수출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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