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마비법 전락한 국회선진화법 고쳐야"

박기성 / pk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04-01 17: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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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 "무능국회의 원인 돼··· 국회법 개정안 빠른 시일 내 제출"

'그린라이트법' 제정·원로회의 설치 등 4개 대안 제시

"기초공천 폐지는 잘못된 약속··· 겸허히 용서 구해" 사과

[시민일보=박기성 기자]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1일 기초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서 기초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드렸다"며 "국민과의 약속은 천금과도 같은 것인데 이 약속을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하게 됐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기초공천 폐지라는 2012년 대선 공약을 번복하고, 그 대신 공천 개혁 차원에서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원내 사령탑인 최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것이다.

특히 최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60%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의 개정을 공식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린라이트법' 제정과 원로회의 설치 등 4가지 대안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이 발의해 2012년 여야 합의로 처리된 국회 선진화법은 다수당의 횡포와 몸싸움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여야 간 쟁점 법안은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황우여 대표가 당시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로 법안 처리를 주도했다.

◇공천폐지= 최경환 원내대표는 공천폐지 문제에 대해 "저희는 잘못된 약속에 얽매이기 보다는 국민께 겸허히 용서를 구하고 잘못은 바로잡는 것이 더 용기 있고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당은 선거 때 후보를 내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그 존재 이유 중 하나"라며 "그런데 이 책임을 회피하고, 수많은 후보들이 난립해서 선거를 혼탁하게 하고, 지역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정당은 후보 선출과정에서 후보자의 기본적인 자질을 검증하기 때문에 공천은 지방선거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수단"라며 "새누리당은 더 큰 죄를 짓지 않기 위해 기초선거 공천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향식 공천으로 국민께 공천권을 돌려드리기로 결정했다"며 "공천에서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돈공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후보를 100% 경선을 통해서만 뽑으면 여성,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들이 지방 선출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며 "새누리당은 정치적 소수자들에게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고, 여성과 장애인 정치신인에게 10%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비례대표 후보에 장애인 비중을 대폭 높였다"며 "앞으로도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우선추천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야당이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원내대표는 "저희에게 약속을 파기했다며 맹비난을 퍼붓던 야당은 내부에서 조차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당의 공동 대표들은 내천 후보자들을 지원하며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식 공천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약속을 지켰다고 하면서 사실상 공천 효과를 내기 위해 온갖 수를 쓰는 모습에 국민들은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최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이 국회마비법이 되지 않도록 국회법을 고쳐야 한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빠른 시일 내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 일하면서 국회선진화법 탓을 참 많이 했다. 새누리당이 주도해서 도입해 놓고 무슨 소리냐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며 "맞다. 우리 잘못이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보지 않는 길을 가기에는 여야 모두 성숙하지도 못했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간과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예에서 보듯 방송법 하나에 모든 법안이 묶여 있다"며 " 심지어 야당 자신이 발의한 법안조차도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개정 필요성을 밝혔다.

특히 그는 "폭력국회에서 오는 정치불신을 타개하고자 했던 선진화법이 되레 무능국회의 원인이 되어 정치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국회마비법으로 전락하고 있는 선진화법을 보완하지 않으면 선진화법은 수명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안건 신속처리 방안인 '그린라이트법' 제정과 원로회의 설치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여야간 이견이 없는 법안은 상임위 소위 단계부터 '그린리본'을 달아 본회의까지 특급열차를 태우자"며 "국회의장이 양당 원내대표와 협의해 '그린라이트법'을 결정하면 의장이 특정한 날을 지정해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정략법안, 쟁점법안에 발목 잡혀 인질이 되는 흥정정치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국회의장단과 교섭단체 대표, 5선 이상 국회의원들로 구성되는 '원로회의'를 설치해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쟁점에 대한 최종 권고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선진국들이 정당 간 극한적 갈등해결 방안으로 다선의 경륜을 존중하는 시뇨리티(Seniority)시스템을 모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원내대표는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원로회의로 보낼 쟁점을 결정하고, 원로회의는 쟁점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해 본회의로 보내면 권고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로 쟁점은 결론을 맺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정기간 안에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원 구성이 되도록 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매번 당리당략으로 원 구성이 지연돼 국회가 마비되는 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다는 취지에서다.

이 밖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제도를 개선해 법사위 사정에 따라 법안처리가 한없이 지연되는 것을 막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 원내대표는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은 법안의 상충여부를 점검하는 본래 취지에 한정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법안 내용까지 심사하면서 타 위원회의 심의권을 침해하고, 발목 잡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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