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생활안전에서 시작된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6-15 09: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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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만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감사


<손자병법>의 손자(孫子)는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혁혁한 공이 없다. 전쟁을 잘하는 장수의 전투는 비범한 승리가 없고 지모로 쌓은 명성이 없으며 용감하게 세운 큰 공로도 없다!”고 말했다. ‘잘 싸우는 장수는 작은 승리를 모아 큰 승리를 만들고 결국 전략적인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표현을 군사적으로 적합할 뿐 아니라 안전에 대해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최악의 사고로 남아있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 지하철 참사, 우리 가슴속에 묻은 세월호 사고에 이어, 지난해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이따금씩 대형 재난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정부는 그때마다 정책, 법제도, 매뉴얼 등을 갖추어 왔다.

그러나 대형 재난사고 후 정부의 다방면의 땜질식 처방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은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2022년 통계청 사회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응답한 국민은 세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는 안전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공감하지 못하고 실천에는 인색함을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다.

우리 주위에서 사고는 사소해 보이지만 기본적인 부분을 놓치는 안전 불감증에서 자주 발생한다.

가스사고로 한정해 보면, 가스사고는 1995년 577건에서 지난해 73건으로 1995년의 12% 수준으로 크게 감소하고 인명 피해율이 100만 가구당 1.26명으로 일본 0.94명에 근접해 세계 두 번째 안전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나, 여전히 취급부주의와 시설미비로 인한 안전불감증 사고가 지난해 36건으로 전체 약 50%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사람의 실수를 줄이기 위한 타이머콕, 다기능 가스안전 계량기 등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지만 이 역시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사고는 우리의 안전의식과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근절할 수 없다.

안전은 습관화할 때만 문화로서 정착이 가능하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생활안전 확보'라는 정부의 대책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국민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공감을 넘어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 속 안전은 특별한 누군가만 할 수 있는 것도, 우리에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간단한 응급처치 법을 알아두는 것, 재난 예방과 대응 요령들을 숙지해 두는 것, 국가 재난대피 훈련에 참여하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포석(布石)이 되고 더 안전한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根幹)이 될 것이다.

안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국민 모두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설마 나한테 사고가 일어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언제든 나와 가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손자병법>의 손자의 말처럼 ‘진영을 튼튼히 하고 우직하게 싸우는’방식으로 안전에 있어서도‘튼튼한 안전의식 함양과 작은 것부터 꾸준히 행동으로 실천하는’우리의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동양에 <손자병법>의 교훈이 있다면 서양에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다. 자동차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했더니 그 일대가 범죄 소굴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동서양의 교훈을 되새겨 안전에 접목하는 일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 기업과 국민 모두가 생활 속에서 작은 부주의와 방심을 경계하고,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한다면 ‘국민 생활이 안전한 대한민국’은 결코 요원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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