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그는 ‘의인’인가? ‘책략가’인가? 아니면 ‘탐정’이나 ‘공작원’일까?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2-13 09: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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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심과 정의감 그리고 현정권에 대한 반감을 함께 가진 몇몇 책략가들에 의한 계책’이 ‘디올백 사건’ 발단의 시발이자 실체일 듯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



‘의인(義人)’이란 ‘불의와 부당에 눈 감거나 귀 닫지 않는 의기(義氣)를 지닌 사람이나 위험상황에서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인(仁)을 이루는 경지의 사람에게 붙이는 존칭’이라 하겠다. 한마디로는 ‘의로운 사람’을 ‘의인’이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언제든지 의인이 될 수 있으며, 의인이 되는 길에는 스스로의 소신과 결단이 필요할 뿐 그 어떤 의무나 절차 등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의인의 행동은 사회적 귀감이 된다는 측면에서 대중의 환호를 받게 됨은 물론 정부 관계기관이나 각계로부터 ‘의인상(義人賞)’을 수여 받기도 한다.

‘책략가(策略家)’란 ‘어떤 일을 꾸미고 이루어 나가는 교묘한 방법을 쓰는 데에 남다른 능력과 솜씨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비슷한 말에 ‘모사(꾼)’, ‘책사’ 등이 있다. 책략가는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온갖 모략이나 술책에 능하거나 익숙하다는 점에서 명석한 두뇌와 전략적 사고를 가진 지략가(智略家)와 비교된다. 하지만 ‘소똥도 약에 쓸 때가 있듯’ 역사적으로 책략가의 계책이나 공명심(功名心)이 반드시, 언제나 해악스럽거나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니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탐정(探偵)’이란 일반적으로 ‘문제의 해결이나 조사의 바탕이 되는 유의미한 정보나 단서·증거 등 자료를 합당하게 획득·제공하는 민간인 신분의 사람(일)’을 말한다. 즉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사실관계를 파악(Fact Check) 하거나 권리 회복에 유용한 자료를 수집하는 일 외에 사회 정의 실현에 기여할 목적으로 ‘특정 대상’과 관련된 ‘문제점(問題點)’을 자발적·합법적으로 수집, 언론이나 형사사법기관 등 공적기관에 제공하는 사람(일)을 ‘탐정’이라 한다.

한국형 탐정(업)은 ‘개별법과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무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정수상 전 고양경찰서장 청구 ‘신용정보법 탐정직업화 금지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2018.6.28)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신용정보회사’가 아닌 일반인은 누구나 ‘탐정호칭사용’이 가능해짐으로써(2020.8.5) ‘비범죄화(합법화)’되었다. 이는 향후 탐정(업)이 법제화 되든 안 되든 개별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탐정활동’이나 ‘시민들의 탐정(업) 이용’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음을 의미한다.

자! 그러면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백을 선물하고, 선물하는 현장을 몰카로 촬영’한 1인 2역의 당사자인 최재영 목사(미국 시민권자)가 스스로 그 전모를 1년이 지난 지금 대공개한 사안에 있어 최재영 목사의 의도와 행동 패턴은 ‘의인’, ‘책략가’, ‘탐정’ 등등 어디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옳을까?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에게 어떠한 도덕적·법률적 비난이 가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나 사과 또는 수사 등에 관한 얘기는 또 다른 전문가의 몫으로 하고, 이 지면에서는 디올백 사건 속 최재영 목사의 정체성(正體性)과 사건이 촉발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최재영 목사는 유튜브에 출연하여 디올백 선물 현장 몰카 촬영 및 영상물 공개와 관련하여 ‘같은 고향(양평), 선친과의 친분 등으로 김건희 여사를 두 차례 접견하는 과정에서 느낀 그의 공·사 불명한 어처구니 없는 언동을 접하고 이를 이해하려 했지만 나라를 위해서는 묵과하는 일이 선행(善行)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되어 정(情)을 의(義)로 승화시킨 공익 제보였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행동은 ‘의인 또는 공익제보자’로 평가 받아 마땅하다는 얘기로 읽힌다. 이에 일부의 사람들은 ‘책략으로 시작한 일을 공익 제보로 둔갑시키고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적잖은 국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변(辯)에 일응 수긍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공안검사를 지낸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최근 칼럼을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된 디올백 사건의 핵심은 몰카 공작이기 이전에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북한의 대남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최재영은 미국 시민권자로 통일운동을 한다면서 북한을 제집 드나들 듯 방문했던 사람이다. 최재영은 같은 양평 출신으로 집안끼리도 잘 아는 인연 때문에 김건희 여사 초대로 대통령 취임식까지 참석했다. 이를 국내 종북 주사파들이 놓쳤을 리 없고 김건희 여사에 접근 가능한 최적임자로서 최재영을 점찍었을 것’이라고 풀이 했다. 특히 ‘조직적으로 일이 꾸며진 정황으로 보아 시계형 몰래카메라 사용법도 역할 분담 하에 훈련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영상물 폭로 시점 역시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졌다. 해외언론 보도에 이은 국내보도 확산 등 선전·선동 후속 조치도 매우 원활하게 이뤄졌다’며 ‘대남공작’의 일환일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 논리 역시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여권에서는 시계에다 몰카까지 장착해 와서 이런 이슈를 만든 것은 ‘공작’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으며, 특히 총선을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난 일을 이렇게 터뜨리는 것은 그 자체가 ‘정치공작’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 KBS와의 신년 대담 등).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정치공작설’에 공감하는 국민의 수 또한 상당하리라 본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탐정이 추구하는 ‘합당한 수단’이나 ‘탐정 활동의 한계’, ‘탐정의 직업윤리’ 등 탐정 학술을 접해보지 못한 일부의 시민들은 디올백 수수(授受) 과정에서 발생한 ‘덫 놓기’나 ‘경호구역에 몰카가 내장된 시계 휴대 출입’과 같은 일이 마치 탐정활동의 전형(典型)인 양 오해한 나머지 ‘최재영은 조선 제1의 명탐정이다. 이번 일로 탐정업이 뜨겠네!’라는 등의 우스갯소리를 주고받고 있는 한편 탐정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파장이 향후 탐정업 법제화 작업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탐정업계가 위축되거나 동요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최 목사도 자신의 행위와 관련하여 스스로 탐정의 역할 운운 한 적 없거니와 ‘태생적으로 100퍼센트 민간인 신분에 임의적으로 활동하는 탐정’이 목적 달성을 위해 시민들에게 함정을 놓는다는 것은 위법함을 논하기 전에 상상할 수 없는 일임을 탐정인(探偵人)들은 오래전부터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탐정은 물론 세계의 어느 탐정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선량한 시민들에게 덫을 놓는 등의 무모한 행위를 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 그런 사례도 없다.

필자는 정보업무와 정보학, 탐정학술 등을 40여년 간 경험해 왔지만 ‘디올백 사건’ 같은 유별난 사건은 나라 안팎을 통틀어 처음 들어 본다. 전례가 없어 진짜 ‘의인’에 의해 이루어진 일인지, ‘대남공작’인지, ‘정치공작’인지, 아니면 ‘영화나 소설속 탐정을 흉내낸 것’인지 등을 가름해 보기가 매우 난해하다. 화재 사건 수사에서 ‘발화점’ 찾기가 급선무이 듯 디올백 사건 역시 최재영 목사가 이 일에 착수하게 된 동기 즉 ‘발단’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밝히는 일이 관건일 듯 하다.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제기된 여러 가설(假設)은 모두 나름대로 일리(一理)가 있어 지금은 어느것 하나 쉽게 배척할 수 없는 단계라 하겠다.

그러나 ①디올백과 몰래카메라 장비를 제3자로부터 제공 받고 이를 공개한 과정, ②단계적(파노라마식)으로 언론의 관심도를 서서히 높이거나 넓혀가는 계략, ③최재영 목사의 특유한 상황 관리 및 대처 방법, ④지금까지 표출된 최 목사의 정보 역량 및 감정(感情)과 발언의 추이, ⑤유튜브 출연 중 발언을 통해 최 목사 스스로 후속 폭로 준비팀(?)이 있음을 시사한 점 등을 중심으로 사건의 성격을 유추해 볼 때, 필자의 판단으로는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설과는 달리 ‘공명심(功名心)과 정의감(正義感) 그리고 현정권에 대한 반감을 함께 가진 몇몇 책략가들에 의한 계책(計策)’이 사건 발단의 시발(始發)이자 실체가 아닌가 싶다.

즉 ‘디올백 수수와 몰카 촬영 및 영상물 공개’는 공익제보를 위한 의인의 활동이나 대남공작, 정치공작 또는 영화나 소설 속 탐정 모방행위라기보다 ‘몇몇 책략가들에 의해 이루어진 계책’이 발단이 된 사건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말하는 ‘책략가들’에는 최재영 목사를 비롯 최소 3~5명의 책략가가 의기 투합하고 있을 것으로 점쳐지며, 이들은 공개 활동이나 단독 활동을 최소화 하면서 분야별로 최 목사에 조력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분석은 이 사건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첩경이 될 ‘사건의 동기 내지는 발단’을 탐구해보려는 정보와 탐정 학술 연구자의 입장에서 본 추론일 뿐 이를 단정할 만한 증거나 결정적 단서는 현재 존재하지 않음을 첨언해 둔다.

*필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민간조사학술위원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前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치안정보업무20년(1999’경감),경찰학개론강의10년/저서:탐정실무총람,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탐정학,정보론,경호학,경찰학개론外/사회분야(치안·국민안전 등) 600여편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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