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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수지맞는 건 매번 왕서방이다. ‘전 세계의 제조창’으로 불리는 중국을 곁에 둔 때문도 있지만, 무슨 ‘붐’만 일게 되면 중국산(産) 제품이 순식간에 온 나라를 뒤덮었다. 거기에 당국의 정책적 뒷받침까지 따르니 오죽하겠나. 4대강개발 및 천변 자전거 도로설치로 중국산 자전거가 그렇고,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붐을 타고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그랬다.
최근 일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비리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정부 시절 탈(脫) 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너무 빠르게 밀어붙일 때부터 이런 부조리는 예견된 사안이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대체에너지원 개발이 요구되면서, 국민적 함의나 기술축척의 시간도 없이 각종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무리하게 다투어 추진돼왔던 터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은 미래에너지원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과학의 진보 속에 수소, 프라즈마(plasma) 등 훨씬 진화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선보이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은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나, 산림훼손과 소음공해 등 주변의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반대여론도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에너지원의 선택도 결국 시장이다. 값싸고 안전하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공급이 지속가능한 정도의 충족요건이면 수용자가 반응하기 마련이다. 에너지 전환과 미래에너지 또한 마찬가지다. 불의 발견에서 불의 사용으로 전환하면서 시작된 에너지 사용은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전이 돼 왔다. 장작에서 석탄으로, 석탄에서 석유로,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천연가스에서 수소와 신재생으로 옮겨가고 있다. 공해가 적은 에너지를 선호해 왔다. 이는 에너지 소비가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반영해왔기 때문이다.
인구증가 및 경제발전에 의한 지속적인 에너지 소비증가가 예상되지만, 그 비중 면에서 좀 더 편리하고 부존자원이 많은 에너지로 우리의 소비가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환에는 소비자의 선택, 기술발전 및 가용에너지원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큰 그림에서 에너지 대전환은 장기간에 걸친 메가트렌드로 지속돼야 함은 물론이다.
하물며 재임 5년의 단임 기간동안, 결과나 실적을 염두에 뒀다면 커다란 오산이다. 태양광이 늘수록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중국산 수입은 느는 반면 우리 기업들 매출·고용은 줄고, 풍력 역시 덴마크·독일 기업 매출만 늘려왔다. 정부 보조금이 중국·유럽 기업 지원에 쓰인 셈이다. 그런데도 앞선 문재인 정부는 그린 뉴딜을 통해 향후 5년간 태양광·풍력을 현재의 3.4배로 더 늘리는 정책을 펴왔다. 원자력·석탄을 대신할 LNG 발전소의 가스터빈은 역시 전량 지멘스(독일), GE(미국), 미쓰비시(일본)에서 들여왔다.
에너지 안보·외교, 에너지 지정학, 국제환경과 수출교역 특히, 중동문제와 우크라 사태 등 돌발적이고 상황변화까지 반영해야 하는 결정체가 한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다. 이같은 다층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감사원이 발표한 정책당국의 신재생에너지 감사 결과는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사업 인·허가를 둘러싸고 공무원과 사업자가 유착한 이권 카르텔, 자기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세금이나 은행 대출로 ‘봉이 김선달식’ 사업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 사업자에 유리한 재생에너지 가격·보조금 정책, 비리의 판을 깔아준 정책 당국의 감독 부실 등 문재인 정부 태양광 정책의 총체적 난맥상이 이 사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히려 비리가 다층적 구조로 횡행했음을 말해준다.
앞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 탓에 2030년까지 47조4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것을 모두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감사원의 비리 규모는 탈원전 비용에 반영된 된 것도 아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합동으로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 실태를 샘플링 점검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2267건 위법·부당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복마전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번 위법 사례에 대해선 관용없는 처벌은 당연다. 하지만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연이어 거친 말을 쏟아내 자칫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이 부패와 비리 온상으로 비춰져 시장이 위축될까 우려 또한 없지 않다.
지구온난화 방지와 탄소중립을 향해 피해갈 수 없는 길이라면 전면적인 개선작업을 통해 바로잡으면 된다. 건실한 재생에너지 산업까지 위축될 경우 우리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단 지적이다. 산업 자체를 죄악시할 경우 산업계가 입는 타격은 앞서 탈원전 정책으로 관련 산업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린 전례와도 진배없다. 옥석은 가리되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산업 자체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일로 이어져 재생에너지 산업을 국가차원에서 육성하는 다른 국가들과는 거꾸로 가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일(愚)’은 피해하는 영민함도 발휘되길 빈다. 또다시 ‘왕서방’에게 이득을 주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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