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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세르베투스는 1511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의사이자 신학자로서 1553년 10월 스위스 제네바 시정부 소의회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화형에 처해졌다. 당시는 삼권분립이 없었으므로 의회가 사법부를 겸했다. 그는 사람의 혈액이 폐를 통해 순환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처음 발견했고 이러한 과학적 결론을 신학에 적용하여 혈액을 통해 영(靈)이 흐른다면 또 다른 영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삼위일체설은 부인된다는 이론서를 펴냈다.
세르베투스의 의학적, 신학적 이론은 당시 유럽의 주류 의학과 신학적 상식을 파괴하는 것이었으므로 제네바 당국에 잡혀 종교개혁가 장 칼뱅으로부터 무려 39개의 죄목으로 기소되었다. 칼뱅의 입장에서 세르베투스는 악마였다. 세르베투스는 충분히 변론했지만 소의회는 독립된 양심과 법리에 따라 판단하지 않았다. 스위스 연방 다른 주 정부에 의견을 묻고 그들은 일치하여 화형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당시 전체 유럽을 뒤덮고 있던 광신적 여론에 영합하여 마녀재판을 한 것이다. 화형이 있은지 350년이 지난 1903년에서야 제네바에 세르베투스 속죄기념비가 세워졌다.
구시대의 적폐인 마녀재판 즉 여론재판을 예방하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현대 문명국들은 삼권분립제도를 채택하여 사법부를 독립시키고 법관으로 하여금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도록 명령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103조도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 역시 재판관에게 법관의 자격을 요구하므로(헌법 제111조 제2항) 법관으로서 가지는 재판의 독립성은 당연한 권한이자 의무가 된다.
재판의 독립은 타국가기관으로부터의 독립, 사회적 압력단체로부터의 독립, 내부적 간섭으로부터의 독립, 소송당사자들로부터의 독립 등을 포함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부, 헌법재판소나 법관들은 여론에 초연하고, 만약 여론이 인권보장에 위협이 된다면 단호히 여론에 맞서 의연하게 판결함으로써 인권을 보장하여야 함에도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눈치의 역사, 영합의 역사, 담합의 역사, 광마(狂魔)의 역사를 써내려 왔다.
법관들은 법정신과 양심을 연마하기는 커녕 오직 개개인만의 영달과 보신, 그리고 몰래 키워온 이념에 봉사하기 위하여 직업적 양심을 저버리고 여론에 굴복한 반인권적 판결을 생산한 연후에 변명과 망각의 흑막 속에 숨어 사라져 버린다. 굳이 권위주의 시대의 이른바 사법살인의 추억을 되돌릴 필요도 없다. 그 때라 하여 법원과 판사가 없었을 리 없고, 헌법에서 사법부 독립,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지 않은 적도 없다. 같은 사법부 내에서 법관들은 근무하다 나가고 또 들어오고 그 기관과 신분의 연속성이 단절된 적이 없다. 여론 영합의 마녀 재판은 이제 사법부 재판의 일반성이 되었으며 모든 국민들의 타기(唾棄) 대상이 되었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결정은 여론영합 마녀재판의 결정판이다. 국회 탄핵소추 사유는 충분히 조사하거나 토론되지 않았고 사안마다 표결되지 않았다. 헌재에서 심리할 정도로 사안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헌재 재판관이 몇 차례나 정리해 주었고 그러고도 결정 내용은 실제 심리과정에서 다룬 내용과 상반된 부분이 많다. 즉 헌재는 그 법적 절차적 문제점을 수긍하고도 당시 90%에 육박하는 시민들의 탄핵 여론에 영합하여 이미 파면의 주문과 그 이유를 작성해 두고 심리는 형식적으로 진행한 의심이 짙다.
더군다나 8명의 재판관 전원 일치결정이라니 완벽한 담합이다. 재판관들의 담합은 재판 독립의 반대개념이다. 대체불가의 전국민 직선으로 선출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법률상 최소한 180일의 심리 기간이 보장되어 있고 소추사안에 대하여 충분한 심리가 필요함에도, 재판관의 궐위를 핑계로 그리고 또 한 명의 재판관의 궐위가 예상된 상태에서 그의 퇴임 전에 심리 결정을 해야 한다는 폭력적 명분을 내세워 3달여만에 대통령 파면을 선언한 것은 화형 이상의 마녀재판이다. 그 후에 발생한 윤성근 판사의 탄핵이나 현재 심리중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에서 심리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는 것과 비교하여 보아도 박근혜 탄핵 재판은 미친 마귀들의 담합재판임이 여실히 증명된다.
법원의 박근혜 전대통령 구속 및 재구속 결정과 징역 20년 판결 선고는 더욱 여론영합적 마녀 재판이다. 2017년 당시 광화문 광장의 이른바 촛불시위에는 삼성그룹 부회장, 현대그룹 회장 구속 또는 사형의 구호와 모형이 등장하고 심지어 통진당 이석기 석방, 민주노총 한상진 석방 등의 반자유민주주의적 구호가 난무하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1차 구속영장 기각후 영장이 발부되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여러분...우리가 이재용을 구속했습니다.”라는 확성기가 종일 울려퍼졌다. 법리적으로 박근혜 전대통령이나 이재용 부회장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전혀 없어 구속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현재 이재명 등 많은 국회의원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오직 촛불 여론에 영합하는 법관만이 그들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박근혜 전대통령이 구속되었다. 재판기간 6개월이 경과하면서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어 불구속 상태로 제판 받아야 마땅했다. 법원은 재구속했고, 일주일에 3-4회 재판이라는 전례 없는 속도전을 펼쳐 결국 20여년을 선고했다.
당초 구속 사안이 아니므로 재구속 사안은 더욱 아니었고, 동종 사건이라면 징역 5년 이하 혹은 집행유예 사안에 대하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하여만 이례적으로 20여년을 선고하다니 이건 이상(異常)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돈(狂) 재판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법관이 스스로의 양심과 법리를 잃어 버리고 여론만 주시하고 여론을 신경쓰다 보니 눈이 사팔뜨기가 되고 정신이 나가버린 결과인 것이다.
전두환 전대통령과 지만원씨는 광주에서 수사받고 재판받았다. 그들은 주거지인 서울 법원에서 수사받고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했고 광주 공기관 및 시민들로부터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당했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재판 중 사망했고, 지만원은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중이다. 사법부는 그들을 마녀재판의 불구덕이 속에 몰아넣음으로써 인권보장기관으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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