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양당 독과점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29 10: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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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병 전 국회의원



양당 정치를 타파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다당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생산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양대 정당에 속하지 못한 정당들과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일부 정치 전문가와 언론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 핵심적인 내용이라면 용어 자체로 양당 독과점의 폐해 차원을 강조하는가 하면 좌·우 진영에 따른 대결 정치가 만연한 가운데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든다. 심지어 정치가 둘로 쪼개졌다며 국론 분열과 대립 구도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과연 그럴까.


전 세계의 주요 선진 민주국가들은 미국, 영국, 독일, 대만 등 대다수가 양당제 정치를 펼치고 있다. 단순한 정치 문화 수준을 넘어 정치제도의 바람직한 양상으로까지 접근하고 있다. 전 세계인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양당 정치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민주주의 정치의 산실이라고 여겨지는 영국 역시 보수당과 노동당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양당 체제가 견고하다. 독일은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과 사회민주당(사민당)이 좌·우 세력을 대표하는 가운데 소수 정당들이 정치적 기반과 의석을 늘이면서 연립 정권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양당제의 구도는 여전하다.


예외인 나라들 중에 일본은 자유민주당(자민당)에 의한 1당 지배 체제가 워낙 공고해 양당제 보다 더 심한 1개 정당에 의한 정치 독점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사회당이 경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몰락해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다.


프랑스는 그동안 양당제가 공고하게 유지되다가 중도좌파 정당인 사회당이 올랑드의 집권기 동안 국정 운영의 실패로 완전히 붕괴 수준으로 무너진 가운데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되며 급조한 ‘르네상스’를 비롯한 정당들이 난립해 정치적 혼란이 상당하다. 그리고 집권당마저 총선 이전에 ‘전진!(앙 마르슈!, 약칭 LREM·LaREM)’이라 하다가 2017~22년까지 ‘전진하는 공화국!(라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로 바꿨다가 2022년 마크롱이 재선된 후 총선을 앞두고 5월 5일 다시 ‘부흥(르네상스)’으로, 5월 10일 ‘대통령 선거 과반을 위해 함께( 줄여 앙상블)’로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탈리아는 과거 양당제가 일정하게 자리잡아 오다가 무너졌다. 그렇지만 당원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가운데 신생 정당들이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퓰리즘 성향으로 무장한 채 직전에 집권까지 했던 ‘오성운동’, 오성운동과 연립 정권의 한 축이었던 극우 성향의 ‘동맹’, 현재 집권 후 연정을 주도하는 극우 성향의 집권당인 ‘이탈리아의 형제들’, 연립 정권의 한 축인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하는 이탈리아’ 등이 정국을 이끌고 있는데, 국력과 잠재력 자체의 퇴조 속에 정치적 혼란을 빚어내고 있다.


이들 선진 민주국가들이 아니라하더라도 주요 국가들을 살펴 보면 대체로 양당제인 경우가 많고 다수당 체제인 듯한 경우도 진영별로 대표 정당이 양당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을 보더라도 후보들은 결국 2명으로 압축되었다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국의 정치 문화에서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진영 정치를 극복하는 과제는 분명히 필요하다. 정치개혁의 핵심 과제로 볼 수도 있다. 사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더불어민주당, 민노총 등이 반정권 공세에 역량을 결집했고, 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정면 대응에 나서면서 국민적 지지율의 극적 반전을 가져왔다. 10·29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자 민변, 참여연대 등 좌파 세력들이 총결집해 정권의 위기가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지만, 5·18, 광우병 파동, 세월호 참사 등과 달리 보편화 하기 어려운 한계에 부닥친 가운데 윤 정부는 자신감과 해법을 동시에 찾은 듯 기세를 올리며 나아가고 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꾸준히 강조하던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에 방점을 두고 새해를 맞이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정국의 구도는 양당제를 근간으로 해서 양대 진영으로 갈라진 모습에 다름 아니다. 물론 두 정당이 지나치게 대립하며 진영 간의 대결로만 가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위적이고 선량한 희망사항은 강하다. 국민이 원하는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도 양당 독과점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다당제를 유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이후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는 현실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양당제의 한계와 모순을 해소하는 현명한 정치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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