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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과거 폭력으로 얼룩진 난장판 싸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사남불’ 때문이다. 흔히 내로남불이라 하여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스캔들)’이란 뜻을 담아 줄여 말하는데, 이왕이면 우리 말로 하는 게 맞을 듯 싶어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줄여 부르는게 더 맞다고 본다. 발음하기도 훨씬 쉽고 편하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집권 기간 5년 내내 운동권 세력 중심의 좌파 독주, 종북·친중 세력에 의한 안보 불안, 내 편만 싸고도는 국민 편 가르기, 미친 집값과 전월세 대란 등 국정 실패의 논란에 휩싸인 채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대놓고 “잘했는데 왜 그러냐”고 적반하장 식 반응을 보이는 경우고 많았고 그러다가 안 되면 모든 원인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이전 정부 또는 이명박근혜 정권 탓’으로 돌렸다. 집권 초 내지 길게 잡아 정부 출범 이후 1년까지는 이해한다 치더라도 그 이후는 오로지 자신의 책임 하에 국정을 수행한 후 그 결과로 평가 받는 게 상식적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4년차와 임기 마지막해인 5년차까지도 남 탓 행보를 이어갔다. 이러한 정치적 행태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정치인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에 따른 정치적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 필자가 그 입장에 따라 정리해 보면 ‘나는 자유 너는 평등’, ‘나는 성장 너는 분배’, ‘나는 작은 정부 너는 큰 정부’, ‘나는 감세 너는 증세’, ‘나는 공무원 증원 너는 감원’ 등등으로 나눌 수 있겠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합리적 기준에 맞추는 게 아니라 좋은 용어는 내가 취하고 나쁜 용어는 남에게 전가하려고 하기 일쑤다. ‘나는 자유 너는 구속’, ‘나는 민주 너는 독재’, ‘나는 을 너는 갑(질)’, ‘나는 피해자 너는 가해자’, ‘나는 적폐청산 너는 정치보복’ 등등이 그렇다.
정상적이고 이치를 따지는 사람이라면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겐 엄격하더라도 남에게는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다. 그 실천의 어려움은 누구나 안다. 어쨌든 그래야 자신을 고치고 가다듬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면 자신부터 더욱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정반대로 해왔다. 꼭 청개구리 같았다. 자신에겐 한없이 너그럽고 남에게만 꼬치꼬치 엄격하게 대했다. 조금만 어려움에 처해도 다른 진영에 속한 정당과 정치인을 공격하며 불륜에 빠진 사람으로 매도하며 자신의 안녕을 추구했다. 자신은 안전 지대에 놓아둔 채 온갖 방법으로 권력과 이익을 얻어내려 발버둥 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대 정당을 살펴 보면 각각 5~10명 정도의 입바른 의원들이 쉴새 없이 언론과 SNS를 상대로 이러한 내사남불을 쏟아내고 있다. ‘내가 죽은 부고장을 빼고 나면 어떠한 기사나 뉴스가 다루어져도 무조건 좋다’는 정치권 속어를 맹신하며 무분별하게 쏘아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년간 유례없는 수준과 강도로 집요하게 ‘적폐 청산’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에 대한 무차별 여론재판, 조사, 수사, 사법처리 등을 지속적으로 강행했다. 그런데 막상 야당이 되자 정권 또는 국회의원의 비리 의혹이나 혐의가 드러나면 진위를 따지기도 전에 ‘표적 수사’,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문 정권을 국민이 심판해 집권까지 한 마당에 경제 위기와 민주당의 폭주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또 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까지 성립한 상황에서 집안 싸움에만 빠져 있다. 그러면서도 양당은 상대방을 악으로, 나는 선하다는 극단적인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일반 국민 다수는 입장이 변했다고 남 탓 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내사남불을 남발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서는 혐오 수준의 자세를 보인다. 국민 대부분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만큼 각자가 다 알아서 판단하는데 왜 국민을 상대로 손해 보는 짓을 일삼느냐며 반문할 정도다.
어느 듯 새해가 밝았다. 2022년 5월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치의 3분의 2 정도가 지났다. 국민의힘이라도 새해부터는 이전 정부, 문 정권 때문이라며 남 탓을 하는 일은 줄여야 할 것이다. 조만간 집권 1년차가 지나면 그리 해 봐야 손해만 볼 게 뻔하다. 내 탓 남 탓 하기를 떠나 묵묵히 국정 운영에 집중해 향후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 될 일이다. 사실 문 정권이 뭐라고 변명해도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보여주었듯이 국민이 알아서 냉철하게 그 책임을 묻지 않았나. 이러한 인식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꼭 가져야 할 미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반드시 실천해야 할 자기 규범이자 정치적 의무로 생각하면 좋겠다. 국민은 지금도 바라고 있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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