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필자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대통령실과 국회를 직접 방문하는 등의 방법으로 확인해 보고는 정말 놀랐다. 미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는 어지간한 중소기업 사장 사무실 보다 좁다. 내각회의 장소는 10여명이 앉기도 힘들고 뒤에 서 있으면 어깨를 부딪칠 정도다. 일본의 의원실은 하도 좁아 사람이 책상과 서류 사이를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영국과 프랑스의 국회 본회의장에 가보고는 더 기가 막혔다. 영국은 좁은 공간에 긴 의자들이 놓여 있다. 좌석 팔걸이는 물론이고 좌석 간의 구분조차 없다. 의원들에 대한 지정석조차 없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고, 늦게 오면 자리가 차버려 뒤에 서서 북적거리며 부대껴야 한다.
프랑스 본회의장은 엉덩이를 온전하게 걸치기에도 짧은 긴 의자들이 놓여 있고 서류 놓을 공간조차 좁고 작았다. 목 받침대도 없는 작은 의자에 서로 팔걸이도 없이 붙어 앉아야 한다. 앞뒤 간격이 협소해 무릎 끝이 부딪칠 정도였다. 키가 174cm인 필자가 앉아도 앞 좌석과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고 답답해 건장한 프랑스인들은 정말 힘들 것 같았다. 우리가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탔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거나 더 못하다고 생각하면 딱 맞는다.
물어보았다. ‘왜 이렇게 좁게 지었냐, 안 고치느냐’고. 돌아온 답은 이랬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좁다. 의원들이 앉아서 졸까 봐, 잠들까 봐 목 받침대도 없고 팔걸이도 없다.”
이러니 이들 나라의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비판을 잠재우고 더러는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현재 사용 중인 대통령실과 국회를 이대로 두면 국민적 불신과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위압적인 건물과 공간에다 초호화판 사무공간과 좌석 등이 각종 논란마저 일으키는 상황에서 논란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
첫째 대통령실과 국회를 새로 지을 때는 지금과 같은 위압적이고 고비용적인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 집무실, 관저, 국회 의사당, 의원실, 회의실 등의 모든 건물과 사무공간에 대해선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그 규모를 최소화 하고 운영비가 적게 들도록 지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은 최소한의 필요 공간으로 조성하고 참모들과 가깝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며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밖의 대통령 비서실과 보좌관실을 비롯해 각종 부대 공간에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건설해야 한다.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국들을 가보면 대통령 집무실과 본의회장 건물을 도로 가장 앞쪽에 배치하는 등으로 인해 이동 동선이 짧아 국민들이 찾아가기 쉽고, 일을 보기 좋게 되어 있으며,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지금의 국회는 국민과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건물 안에 들어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만나려면 근무하는 건물이 하도 멀게 배치돼 있어 만나기도 전에 진부터 빠지고 만다. 대통령실은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겨와 그나마 나아졌다지만 근본적인 공간 재배치가 시급한 것은 다를 바 없다.
3째 대통령실과 국회 관련 인원과 기구들을 가급적 모두 한 건물 안에 두거나 연결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 백악관 역시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작은 본관에 거의 다 모여 일하는 한편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해 방마다 문을 열면 서로 곧바로 연결되는 구조다. 관저마저 본관 2층에 있다. 다만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4000여명에 달하는 모든 인력이 함께 일하거나 외빈들을 맞이할 수 없어 바로 옆에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과 블레어 하우스 호텔을 지어 해결하고 있다. 우리 국회 건물 역시 최대한 이 원칙을 살려 건축해야 맞는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함께 일하는 직접적인 관련 인력을 한 공간에 모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 대통령실을 건축할 때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는 물론이고 비서실, 언론인실, 영빈관 등 모든 사무공간을 하나의 건물 안에 집어넣어 언제든 쉽게 이동하고 편하게 만나 논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굳이 부족하면 미리 땅을 확보해 두고 별관을 지으면 된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덧붙이고자 한다. 이왕 지을 때 대통령실과 국회를 세계인의 찬사를 받는 멋진 건축물로 지었으면 한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같은 외국의 경우 이들 두 건물 만큼은 누구나 보기만 하면 ‘아’ 하고 익히 알고 있거나 방문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일반적일 정도로 멋지고 유명하다. 우리의 장구한 역사를 반영하면서도 우리 국토의 중심부에 서서 든든하게 국민을 지켜주며 일하는 상징물에 걸맞게 예술적인 건축미를 살렸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