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으로 ‘반명 빅텐트’를 펼쳐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4-20 10: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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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검사 사칭하던 사람이 이제는 대통령 사칭하며 돌아다닌다.”


이는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최근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것처럼 행세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힘 당원들의 비아냥이다.


일찌감치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한 이재명 후보는 오랜 시간 선거를 준비해왔다. 반면 아무 준비 없던 국민의힘은 뒤통수를 가격당한 듯 얼빠진 모습이다.


실제로 이재명 전 대표는 몇 년 동안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며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기류 속에 대세론을 만들어왔다.


그게 지금 민주당 경선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두 번째 무대인 영남권(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의 투표 결과가 20일 나오지만 아무도 그 결과에 관심이 없다.


어차피 '어대명'의 기세를 이어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 예비후보는 전날 오후 충북 청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충남·충북·대전·세종) 순회 경선 결과 유효 투표수 6만4730표 중 5만7057표(88.15%)를 얻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김동연 후보는 2위에 올랐으나 충청권 권리당원 및 대의원으로부터 고작 4883표(7.54%)를 얻는 데 그쳤다. 두 자릿수 득표율조차 기록하지 못한 것이다. 2790표(4.31%)를 얻은 김경수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의 득표율은 더욱 참혹하다. 이재명 후보의 추대를 위해 경선 들러리로 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느닷없이 ‘윤석열 어게인신당’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한덕수 등판론’이 제기되는 등 경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재명 전 대표가 대통령 행세를 하고 다니는 기막힌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 이대로 대통령 선거는 이재명의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물론 현실적으로 ‘이재명 대망론’을 저지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을 주장하는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까지 함께하는 ‘개헌’을 고리로 하는 ‘반명 빅텐트’가 펼쳐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즉 '윤석열도 싫지만, 이재명은 더 싫다'라는 의식을 가진 중도·무당층을 사로잡는 ‘반명 빅텐트’로 이재명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민주당 당원 중 약 90%, 진보 지지층 중 약 80%가 이 전 대표를 지지할 정도로 지지층 결집은 이미 극대화됐다. 그런데도 그의 지지율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확장성에 한계가 뚜렷한 후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과 이낙연 이준석을 하나로 묶는 ‘반명 빅텐트’로 그를 꺾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 연결고리는 바로 국민이 바라는 개헌이다.


차기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2028년부터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는 방식의 개헌안에 국민 5명 중 3명 이상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특히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개헌 논의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도 77%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주간조선이 지난 4월 12~15일 전국 성인 1050명을 대상으로 개헌 필요성 관련 ‘TREND 풍향계’ 조사에서 '필요하다' 77%, '필요하지 않다' 23%로 나타났다.


특히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꿀 경우, 차기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2028년부터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에는 62%가 찬성, 38%가 반대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그런데도 이재명 전 대표는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황당한 논리로 개헌 논의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임기 단축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같은 정치개혁 아젠다를 매개로 ‘반명 빅텐트’를 펼치면 이재명 세력을 고립시킬 수가 있다. 그런 상상력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책사가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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