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3년 4월 “국민의힘”당의 윤리위원장으로 선임된 황정근 변호사는 26년전인 1997년 4월 당시 대법원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여론에 독립해서 재판해야 할 판사의 지위와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아니한 채, 단지 법원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공무원에 불과했음에도 판사 특히 영장전담 판사의 고유권한인 영장 재판에 관하여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시론(時論)을 언론에 기고하였다. 「자기가 밤에 길을 가다가 술 취한 범인에게 구타당하여 상해를 입었다면 영장을 기각할 수 있겠는가」라는 구속영장 발부 적극론 보다는, 반대로 「그와 같은 구타 행위를 한 범인이 바로 자기의 동생이라면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겠는가」라는 구속 영장 발부 신중론을 지지하였다. 그는 구속영장의 발부는 재판을 위한 것이며 재판은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므로 구속영장 발부는 신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속영장은 효율적인 재판을 위하여 존재하기도 하지만, 효율적인 수사를 위하여 더욱 필요하다는 헌법 원칙을 외면한 것으로 소위 판사우월주의, 사법부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위헌적 발상이다. 국가는 범죄를 예방하여야 할 기본적 책무를 가지지만 이러한 치안(治安)에 실패하면 범인을 신속히 구속하는 방법으로 범죄를 진압하고 나아가 범죄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여 범인을 국가권력 앞에 처벌을 요구하는 즉 공소제기(起訴)를 위하여 더욱 구속영장이 필요한 것이다. 즉 범죄자의 체포 및 증거의 발견을 위하여 영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헌법도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속...을 받지 아니한다.(제12조 제1항) 체포, 구속...을 할 때에는...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3항)”라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위하여 영장을 발부함을 명시하고 있다. 왜냐 하면 재판과정에서도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지만 그때는 검사의 신청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즉 헌법이 영장 발부에 검사의 신청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수사를 위하여 체포 구속영장이 발부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당연히 황 변호사가 주로 예를 들고 있는 미국의 구속제도 역시 각 주마다 편차가 있지만 기본 정신은 수사기관의 영장청구가 있으면 영장 판사는 수사의 편의를 도와주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발부하여 주고 다만 우리와 다른 부분은 수사가 완료되는 즉시 보석 재판을 통하여 보석보증금 납입과 동시에 석방함으로써 불구속 재판을 보장하면서도 불구속으로 인하여 초래할 수 있는 피의자의 재판출석 거부 등 재판 지연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영장 판사들과 형사 재판부 판사들이 황 변호사의 위헌적 내용의 시론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수사기관의 영장 청구를 함부로 기각하여 범인의 체포 및 증거 수집을 곤란하게 하고 수사의 장기화, 용두사미화, 대한민국의 무법천지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구속영장을 기각하여야 할 사람에게는 무모하게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형평을 파괴하고 사법독재, 판사 팟쇼의 암흑시대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판사들은 수사단계에서는 구속(구속영장 발부) 혹은 불구속(구속영장 기각)은 제멋대로 원칙 없이 하지만 공소제기와 동시에 보석 석방은 전혀 하지 않는다. 구속 수사는 구속 재판이 필연적이 되어 황 변호사의 거대한 구호인 불구속 재판원칙은 구두선이 되고 만다.
황 변호사는 “변호인을 선임한 이른바 가진 자는 불구속되고 빈곤 계층은 구속되는 등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의 사태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점을 수용하고 “신분, 재력, 변호인 선임 여하에 불구하고 높은 처단형(선고형)이 예상되는 경우는 구속사유중 도망의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여 구속영장이 발부되므로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높은 처단형이 예상되는 범죄 중 대표적인 것이 뇌물죄, 선거범죄다.
2023년 4월 1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한국수자원공사 감사위원 강래구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씨의 혐의는 “2021년 3∼5월 민주당 윤관석 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구속기소) 등과 공모해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총 9천400만원을 불법 조달하여 선거인 등에게 금품 제공을 지시·권유하고 직접 제공”한 정당법 위반 혐의와 “2020년 9월 수자원공사 산하 발전소 설비에 대한 납품 청탁 명목으로 이정근을 통해 사업가 박모 씨에게 300만원을 수수”한 뇌물수수 혐의이다. 자금을 만들어 강씨에게 제공한 자와 그 경위, 자금을 수수하고 매수되어 선거를 왜곡한 자, 강씨 배후의 거대한 음모 세력 등 향후 수사할 사항이 태산이며 향후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서 강씨의 구속영장은 발부되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윤재남 영장전담판사는 4월 21일 강씨에 대하여 구속전 심문(통상 실질심사라고 부른다) 실시하고 구속영장을 기각해 버렸다. 기각 사유는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일정 부분 수집돼 있다고 보이고, 피의자가 직접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거나 다른 관련자들에게 증거인멸 및 허위사실 진술 등을 하도록 회유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위 영장 기각 사유는 논리 모순이자 상식에 역행하는 궤변에 불과한 개념 사법의 극치다. 증거인멸을 시도하거나 허위증언을 유도할 우려의 가능성의 존재는 영장 청구 범죄내용 및 피의자의 부인 태도 등으로 충분히 인정되는 것인데 그 반대의 이유로 삼다니 이해불가요 수준미달이다.
2017년 3월 30일 같은 법원 강부영 판사는 박근혜 전대통령에 대하여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같은 해 10월 13일 같은 법원 김세윤 판사는 구속 기간을 도과한 박 전 대통령에게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재남 판사의 판단이 옳은가, 아니면 강부영 판사나 김세윤 판사의 판단이 옳은가? 대한민국 판사들의 자유재량행위는 언어도단이요 광마도판(狂魔跳板)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